‘비누’
사실 사용하지 않은 지 오래되긴 했다. 어릴 때야 당연히 비누로 씻었기에 집에 비누가 떨어지면 큰 일 이었지만 최근에는 비누보다는 폼 클렌징으로 씻고, 빨래를 할 때에도 액상세제를 쓰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또 언젠가 비누를 그냥 상온에 둘 경우 세균이 번식하기 쉽다는 기사가 난 이후로 의식적으로 비누를 사용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살아오는 동안 내내 비누를 사용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이를테면 사춘기 시절, 여드름이 한창이어서 고민이 많았을 때 엄마가 구해다 준 비누로 피부질환을 바꾼 이후, 꽤 오래 미용 비누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왜 갑자기 비누 생각이 났냐하면, 유튜브 채널을 검색하다가 추천 영상 리스트에 비누 채널이 하나 떠올랐기 때문이다. 비누를 검색한 적도 없는데 왜 이 채널이 떴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때로는 생각지 않게 무언가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기에 썸 네일에 아름다운 비누의 자태에 끌려 영상을 하나씩 보게 되었다. 이 채널은 가정에서 취미로 비누를 만드는 유튜버의 채널이었다.
그런데, 영상을 하나 보고 드는 생각은 ‘정말 이걸 그냥 취미로 하신다고?’ 라는 생각. 취미로 하기에는 전문가가 아닌가? 혹은 어딘가에서 비누 만드는 클래스를 운영 중이신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만큼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채널에는 많은 다양한 색깔과 모양과 향을 자랑하는 비누 제조법들이 있다. 마치 비누 한 조각, 조각이 하나의 예술품인 것처럼 말이다. 하나의 영상에 하나의 비누, 그리고 하나의 주제를 정한 것처럼 올라가 있었다.
‘파도 보양 비누’, ‘눈 오는 밤 비누’, ‘사과나무 비누’, ‘달을 품은 바다 비누 만들기’, ‘카페 라떼 비누’, ‘가을단풍 비누’ 그저 색깔만 예쁘게 만들려고 어렴풋이 인상만 주는 비누가 아니었다. 딱 한 눈에 보기에도 사과나무, 사과 하나, 달 , 별, 바다, 파도의 형태가 명확해 보이는 모양새, ‘대체 이런 걸 어떻게 만드는 거지?’ 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보게 만드는 영상들이었다. 천연 비누를 만드는 건지 들어가는 재료 역시 색소를 제외하면 헤이즐넛 오일, 코코넛 오일, 파인애플 오일, 미숫가루 분말처럼 먹을 수 있는 재료도 있다는 점이 매우 놀라웠다.
비이커에 색깔별로 나눠 재료를 조합하고, 짤 주머니나 공병에 넣어서 최종적으로 비누 모양 틀에 순서대로 재료를 채울 수 있게 준비하는 과정까지. ‘비누 하나 만드는 데 굉장히 많은 과정을 거치는구나.’ 라는 감탄을 하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하나만 보려했던 첫 마음을 잊고 하나씩 영상을 더 보기 시작했고, 들어가는 성분에 대해 분명 자막으로 보여주고 있음에도 어떤 원리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왠지 영상에 빠져드는 것 같았다.
특히, 이번에 올려진 영상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기답게 ‘크리스마스트리 비누 만들기’ 빨간 장식물이 달린 것 같은 파란 전나무, 그 위에 노란 별 하나씩, 왠지 불규칙하게 마무리되어서 더 비누 같지 않고, 실감 나게 만들어진 것 같은 윗 마무리까지. 아마 크리스마스 선물로 이런 비누 한 조각씩 선물로 받는다면 비누를 쓰든, 쓰지 않던 기분 좋은 서프라이즈 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 영상을 보고 비누를 만드는 취미를 가지게 될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처럼 그저 보는 재미로 구독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굉장히 특이성 있는 채널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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