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을 피지컬 AI 선도국가로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하정우 대통령실 AI 미래기획수석이 "엔비디아가 한국을 피지컬 AI의 테스트베드(시험장)로 보고 있다"고 밝히면서 '피지컬 인공지능(AI)'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피지컬 AI란 AI 기술을 단순한 소프트웨어 환경을 넘어 로봇이나 스마트기기 등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구현하여 사람의 지시 없이도 스스로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개념을 의미한다.
지난 경주 APEC CEO 서밋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AI 기술은 이제 소프트웨어 수준을 넘어 물리적 세계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 모먼트'를 맞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데이터를 인식하는 '인식형 AI'에서 텍스트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생성형 AI', 그리고 스스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를 거쳐, 이제 AI가 로봇 등의 하드웨어와 결합된 '피지컬 AI'로 발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피지컬 AI가 도입될 경우, 현실 세계의 사물, 시스템, 공정을 디지털 공간에 그대로 복제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이 모든 산업에 적용될 전망이다. 가상 공간에서 라인, 설비, 로봇 등을 먼저 시뮬레이션하고 현장에 배포함으로써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현재 피지컬 AI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은 테슬라와 엔비디아가 꼽힌다.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의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생산 공장에 투입하고 기업용 판매까지 예고하며 하드웨어 기반 AI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에 맞서 엔비디아는 AI 반도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피지컬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이 같은 기술을 실제 사례에 적용해 수익을 창출할 시험 사례로 한국을 지목한 배경에는 한국의 제조업 강점이 있다. 엔비디아는 최고의 AI 반도체 설계 능력과 '넘사벽'으로 불리는 AI 소프트웨어(CUDA)를 갖추고 있지만, 하드웨어와 통신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자동차, 전자기기 등 제조업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한국을 파트너로 선택했으며, 실제로 한국 기업에 첨단 GPU 26만 장을 공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SK, 현대차, 네이버 등 GPU를 공급받는 국내 기업들 역시 피지컬 AI 기술 발전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연 1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러한 협력은 한국의 제조업 생산 능력을 높이고 피지컬 AI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윈윈(Win-Win) 전략'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정치권에서도 "다가올 피지컬 AI 시대에서 한국이 1위를 차지해야 한다"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피지컬 AI 투자를 강조했으며, 정부는 이미 'AI 3대 강국' 목표를 위한 프로젝트에 제조업 분야 '피지컬 AI 1등 국가' 계획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한국이 진정한 피지컬 AI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1. NPU(신경망처리장치) 기술 발전: 강력한 GPU로 AI 모델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AI가 로봇 등 기계에서 실제로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면 '작고 가볍고 전력 효율이 좋은' NPU 기술 발전이 필수적이다.
2. 통신 인프라 개선: AI 서비스에 필요한 5G SA(기지국과 코어망 모두 5G만 단독으로 사용하는 기술) 및 6G 관련 통신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국내에서 주로 쓰이는 5G NSA(비단독모드) 환경에서는 고도화된 AI 서비스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
3. AI 인재 유출 방지: 연봉과 연구 환경 차이로 인해 한국을 떠나는 우수 AI 인재를 붙잡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4. 법 체계 정비: AI 개발 속도에 발맞춰 관련 법 체계를 빠르게 마련하여 산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
5. 독자적 경쟁력 확보: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는 AI 생태계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기 위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 트럼프의 반도체 수출 통제 발언처럼 지정학적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독자적인 AI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