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용카드 업계에서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풍성한 카드' 즉, 이른바 '혜자카드'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던 상품들이 자취를 감추는 중이다. 기존 카드의 혜택은 대폭 줄어들며 '실속형 카드'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무이자 할부 기간 축소는 이러한 변화를 소비자가 가장 먼저 체감하게 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카드와 BC카드는 최대 6개월이던 무이자 할부 기간을 2개월에서 5개월로 줄였다. 삼성카드, 신한카드, 현대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 역시 온라인 쇼핑몰 기준 무이자 할부 기간을 5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했다. 이는 단순한 혜택 조정 수준을 넘어, 카드사들이 수익성 보전을 위해 공격적인 상품 구조조정에 나섰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카드 단종 추이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단종된 신용 및 체크카드 상품은 총 400종 (신용 324종, 체크 76종)에 달하며, 이는 2022년 연간 단종 수인 101종의 4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MZ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MG+S 하나카드'가 출시 3개월 만에 단종되고, 후속작인 'MG+W 하나카드'가 연회비 인상과 할인 한도 축소라는 불리한 조건으로 재출시된 것은 이 같은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카드사들이 소비자 혜택이라는 '당근'을 회수하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수익 기반 약화라는 절박한 현실이 놓여 있다. 주요 원인으로는 금융당국의 정책적 개입으로 인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대출 규제 강화가 꼽힌다. 특히, 올해부터 연 매출 3억 원 이하 영세 및 중소가맹점에 최저 0.4%의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되면서, 올해 1분기 7개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전년 대비 7.1% 감소했다. 여기에 부동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며 카드사들의 또 다른 주요 수익원인 카드론 (장기카드대출) 한도까지 축소되면서, 전체 수익 기반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상반기 전체 카드사의 순이익은 1조 225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3%나 급감했고, 6개 카드사 중 5곳은 올해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하는 등 경영 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카드사들이 선택한 활로는 고액 연회비를 받는 프리미엄 카드 시장에의 집중이다.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회비가 높은 고가 상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하고 마케팅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8개 카드사의 연회비 수익은 7653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569억 원 증가했다. 현대카드가 연회비 700만 원의 '더 블랙'부터 100만 원, 30만 원대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삼성카드가 호텔 숙박권을 제공하는 '신라리워즈 삼성카드', 신한카드가 해외주식 VIP 멤버십을 내세운 '히어로 신한카드' 등을 선보인 것은 이러한 수익 다각화 전략의 일환이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이러한 프리미엄 지향 전략이 결국 대다수 소비자들이 사용하던 실속형 카드의 혜택 축소로 이어지면서, 혜택 감소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 또한 함께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