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이재명 대통령이 11년 만에 한국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1시간 35분 동안 진행된 회담은 예상과 달리 민감한 안보 의제보다는 '민생·실용'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경제 협력 성과를 도출하며 한중 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1. 교류 확대와 우호 증진: "이사갈 수 없는 이웃"
두 정상은 양국 간 교류와 협력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북한과 중국 간 고위급 교류 활발을 언급하며 "한중 양국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중한 양국은 이사갈 수 없는 중요한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동반자"라며, 수교 33년 이래 양국이 사회제도와 이데올로기의 차이를 뛰어넘었음을 강조했다.
2. 민생·경제 분야: FTA, 통화스와프 등 구체적 성과
이번 회담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민생과 경제 분야에서 나타났다. 양국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
-FTA 2단계 협상 가속화: 그동안 개방률이 낮아 개정 필요성이 제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다. 이는 서비스, 투자 등 분야의 개방 확대로 이어져 양국 경제 교류를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원-위안 통화스와프 연장: 중앙은행 간 5년 만기 약 70조 원(4000억 위안)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와프 계약서를 체결했다. 통화스와프는 외화 유동성을 지키고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사용되며, 지난달 만료된 기존 계약을 성공적으로 연장함으로써 금융 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기타 협력 MOU 체결: 서비스 무역 교류 협력 강화, 보이스피싱 및 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혁신 창업 파트너십 프로그램 공동 추진 등 다방면에서 양해각서(MOU)가 체결되었다.
이와 함께 논란이 되었던 중국 정부의 한화오션 자회사 '제재 목록 포함' 문제와 중국 내 한국 콘텐츠 제한 조치인 '한한령' 문제에 대해서도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중 합의에 따른 한화오션 제재 철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3. 안보 분야: '한반도 비핵화' 원칙 재확인에 그쳐
이 대통령이 회담 전 강조했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관련 문제에서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비핵화 및 평화 실현 구상을 소개했고, 시 주석도 한반도 문제 해결과 평화 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화답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측 보도에서도 관련 언급이 없어, 중국이 북한의 반발을 우려해 비핵화 언급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북한은 한중 정상회담 직전에 '한반도 비핵화' 의제에 대해 "실현 불가능한 개꿈"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4. 회담 평가: "관계 복원" vs. "빈손 회담"
이번 회담은 미국과 '안보 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과 '민생·경제'를 중심으로 실용주의적 외교를 이어가는 이재명 정부 외교 전략의 윤곽을 보여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9년 전 사드 사태로 틀어졌던 한중 관계가 '리셋'되어 전면적으로 복원되었다고 설명했으며, 더불어민주당 또한 '평화가 곧 경제'임을 증명한 성과라고 호평했다.
그러나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추진, 국내 혐중 시위 등 민감한 사안이 다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빈손 회담'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 한중 정상회담 선물: 샤오미에 “통신보안 잘 되나요?”
선물 교환 또한 화제가 되었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본비자 나무 바둑판과 나전칠기 자개원쟁반을, 시 주석은 이 대통령에게 중국 브랜드 샤오미의 스마트폰, 옥으로 만든 문방사우 세트와 찻잔 세트를 선물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샤오미 스마트폰을 받고 "통신보안은 잘 되느냐"고 묻자 시 주석이 "백도어가 있는지 확인해봐라"라고 답한 장면이 양국 정상 간의 유머러스하면서도 민감한 대화로 주목받았다. 이는 미국 등에서 제기되는 중국산 스마트폰의 '백도어'(보안 시스템을 피해 접근하는 악성코드) 의혹을 두 정상이 농담으로 언급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