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팝 콘서트와 프로야구 경기 등 인기 이벤트 티켓 시장에서 전문 암표상들이 기승을 부리며 폭리를 취하는 행태에 대해 국세청이 사상 처음으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른바 '암표상' 17개 업자를 겨냥한 이번 조사는, 급격히 성장한 중고거래 플랫폼을 악용하여 정상가의 수십 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티켓을 재판매해 막대한 부당 이득을 올리는 시장의 병폐를 근절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은 티켓 플랫폼의 일반 판매자를 훨씬 능가하는 대규모 거래 실적을 기록하면서도, 고의적인 세금 탈루 혐의가 짙다고 판단된 전문적인 암표상들이다. 이들 중에는 심지어 공공기관 직원이나 사립학교 교사 등 사회적 책임을 지닌 직업군까지 포함되어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들이 수입 신고를 누락하고 숨긴 암표 판매 물량이 최소 22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들의 불법적인 수익 구조 전반을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이들의 주요 수법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량의 표를 선점한 후,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서 원래 가격에 상당한 '웃돈'을 붙여 되파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에 포함된 한 공공기관 직원은 매크로를 활용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4억 원 이상의 암표를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또 다른 사립학교 교사 역시 비슷한 기간 동안 3억 원 이상의 암표 거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나아가, 본인 확인 절차가 강화되면서 티켓 확보가 어려워지자 '댈티'(대리 티켓팅)를 전문으로 하는 신종 업자들도 이번 조사망에 걸렸다. 이들은 구매 희망자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대신 티켓을 확보해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렸으나, 수수료 수입을 축소 신고하면서도 고가의 외제차를 운행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했으며, 심지어 부당하게 세금 감면 혜택까지 누린 정황이 포착되었다. 이 외에도 매크로 규제를 피하기 위해 대기열을 우회하게 해주는 '직링'(직접 예약링크) 상품을 판매하여 부당한 이익을 취한 업자들 역시 국세청의 조사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