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채널 스트로에 올라 온 ‘리베카 양준일’

전화선 뽑아 채팅하던 시대가 떠오른다

유성연 기자 승인 2020.12.14 22:36 의견 0

얼마 전, ‘슈가맨3’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는데, 이 프로그램은 최근 ’뉴트로‘ 열풍을 타고 복고가 유행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이제는 사라졌거나, 은퇴했거나,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져가는 옛 가수, 옛 노래를 다시 소환해낸다는 컨셉인데 평소에는 인정하지 않지만 타칭 ’구세대‘, ’옛날 사람‘ 인 탓에 나 역시 최근 아이돌 가수의 노래나 얼굴보다는 예전 노래, 가수가 익숙한 탓에 자주 추억에 젖어 보곤 했다. 

프로그램 구성상 처음에는 노래 제목이나 가수 이름을 알려주지 않고 전주 조금만 들려주고 노래 제목과 가수를 맞추는 방식이어서인지 왠지 퀴즈 문제를 푸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던 차에, 지난 주, 예전에 꽤나 대중가요를 들었다고 자부하는 나조차 잘 모르는 가수 한 분이 등장했다. ‘양준일’ 마치 ‘지드래곤의 아버지나 친척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얼굴이나 패션 감각까지 닮은 가수, 자신을 아는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해서 그 동안 방송가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겸연쩍은 모습으로 나타난 그 가수는 ‘레베카’, ‘가나다라마바사’ 같은 생소한 노래를 불렀고, 방청객과 패널들은 열광했다.   

나는 몰랐는데 유튜브와 각종 SNS에서는 이미 ‘지드래곤 닮은꼴’로 유명했다고 한다. 연령대로 보건데 지드래곤보다는 훨씬 예전 가수이니 엄연히 말하면 지드래곤이 닮은 것이겠지만, 옛 가수에 대해 모르는 최근 젊은 아이들은 그렇게 불렀다고 했다. 그래서 유튜브를 열고 양준일이라는 세 글자를 검색해보았다. 

그랬더니 여러 복고 영상을 전문으로 올리는 채널이 나왔다. 놀라움, 뉴트로 열풍이라고 생각만 했지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80~90년대 영상, 드라마, 가요, 연예인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개인적으로 운영되는 채널 이외에도 이 스트로 채널처럼 꾸준하게, 아주 오랫동안 복고 영상만 주로 올리는 곳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SBS나 종편 채널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었다. 

방송사까지 나서서 이렇게 많은 영상을 올리고 운영한다는 건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겠지? 이런 생각이 들어 나 빼고 모두 즐기고 있던 것을 나만 몰랐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채널에는 양준일 뿐만 아니라, 내가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예전 가수들의 영상도 꽤 많이 올라와 있었다. 지금은 종편 채널을 비롯해 한 때만 해도 십 수개의 드라마가 방영되지만 예전에는 SBS, MBC, KBS 이렇게 세 채널의 드라마가 전부였었다. 그래서인지 조금만 인기를 끌어도 시청률 50%가 넘는 국민 드라마가 되곤 했었다. 지금은? 10%만 넘어도 대박 드라마라면서 온갖 홍보를 하는데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기도 하다.  
 
이렇게 많은 영상이 올려지고 있는 것에 신기했다. 그리고 양준일이라는, 예전에는 큰 인기를 끌었으나 한국어가 서툰 교포 출신이고, 튀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거의 추방되듯 미국으로 쫒겨간 왕년의 스타 이야기에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

리고 어떻게 이렇게 많은 영상 자료가 남아있는거지?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이 시대를 기억해보건데, DOS 디스크를 넣고 겨우 386 컴퓨터를 작동시켜 한글 문서를 작성하고, 전화선을 뽑아 채팅을 하던 시대 아닌가? 

공 비디오를 넣고 방송 시간을 기다렸다가 하나씩 테이프에 녹화해야만 다시 보기가 가능했던 시절, 이제는 유튜브 채널 하나 검색만으로 원하는 영상을 어떤 것이든 볼 수 있는 시대인데. 참 세상이 많이 변하긴 했나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유튜버월드 유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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