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덕후, 9등급은 대체 몇점일까?

유성연 기자 승인 2020.12.24 02:25 의견 0

대한민국 남자라면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기억이며, 삼삼오오 모이면 늘 하는 그 ‘군대 이야기’ 하지만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 19살에 한 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느껴지는 어떤 시험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대한민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는 증거품처럼 이 날에 대한 공통된 기억을 가지게 된다. 이 날에 먹었던 도시락부터 영어듣기평가시간에 느꼈던 감정까지, 아마 길거리에 걸어가는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이 주제로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은 바로 ‘수능날’ 의 기억이다. 

수능. 장장 초등학교 1학년 때 받아쓰기를 0점을 맞느냐 100점을 맞느냐 하는 이야기를 부모님과 친척들이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어쩌면 시작된 것 같은 경쟁이었다. 국, 영, 수 과목을 필두로 학교 공부를 얼마나 잘 하고, 어느 정도의 점수를 맞느냐는 내 가치와 집에서의 입지를 결정짓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물론, 누가 봐도 뛰어나게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아니었기에 대부분의 기억은 비교당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왜 시험 한 번으로 내 가치를 결정짓냐 하는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봤을 법한 의문’ 가득한 반항심이 컸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생각해보면 그 또한 학창시절에 가질 수 있는 추억 중 하나로 느껴지기도 한다. 단지, 그때 열심히 좀 더 공부했다면 지금의 내가 좀 달라졌을까? 하는 아쉬움 정도? 

 하지만, 여기, 유튜브 구석에서 ‘나는 입시가 너무 좋아요.’ ‘입시에 대해 정말 관심이 너무 많아서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답니다.’ 라는 이상한(?)사람이 있었다. 이른바 ‘입시 덕후’ 아이돌 팬질하는 것도 아니고, 왜 입시라는 단어와 덕후라는 단어가 함께 있단 말인가. 나는 왠지 함께해서는 안 될 단어를 쓰는 사람을 만난 것 같은 의아함으로 채널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이 안에는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을까? 같은 고리타분한 학교 선생님의 훈화 말씀은 없다. 단지 정말 입시와 학교 공부와 관계된 흥미로운 주제,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했을법한 입시와 관련된 Q&A를 하고 있을 뿐이다. 얼마 전 올해 수능에서도 한 차례 화제가 되었던 수능 날 사용할 샤프에 대한 진실, 영어를 포기하는 순간 TOP5 같은 궁금한 설문 조사도 있다. 그런가 하면 ‘시대별 학생 유행어’처럼 그냥 학생들이 궁금해할법한 주제로 만든 영상도 있었다. ‘수능 전날 꼭 봐야 하는 명언 TOP5’ 이런 건 내가 수능을 봤을 적에 있었어야 하는 영상 아닐까? 라ㅤㅡㄴ 생각도 잠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 입시와 관련된 랭킹쇼나 농담 따먹기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성신여자대학교 현대 실용음악학과’ 같은 제목의, 실제 대학에 합격해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들려주는 대학 생활 이야기들이 가장 흥미로웠다. 아마 이런 영상이라면 부모님들도 유튜브만 본다고 자녀를 나무랄 수는 없지 않을까? 그 중에서도 내가 이번에 본 영상은 ‘9등급은 대체 몇 점일까?’ 라는 영상이었다. 

한 번호로 찍어도 9등급이 아니라면, 당신은 도덕책....‘ 아. 이토록 요즘 유행하는 표현으로 ’뼈 때리는‘ 썸네일이 있을까. 정말 9등급인 학생이 본다면 마음의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등급부터 9등급까지, 나눠져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9등급이 전체 수험생의 하위 4%를 지칭하는 단어인지는 몰랐다. 한 번호로만 찍어도 9등급이 안 나오는데 열심히 풀어서 9등급인 학생들은...
물론, 수능 등급 하나 9등급으로 나온다고 인생을 꼴지 4%로 사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수능 점수 등급을 접근하는 영상을 보며 이런 등급도 유쾌하게 접근해볼 수 있다는 것에 놀랍고, 또 신선했다. 

유튜버월드 유성연 기자

 

[저작권자 ⓒ유튜버월드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