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한옥 고쳐 살기’

‘EBS 컬렉션’ … 그저 진짜 사람 사는 이야기

유성연 기자 승인 2019.11.01 03:00 의견 0

잘 꾸며진 스튜디오 같은 곳, 멋진 조명이 빛나는 촬영환경 속에서 촬영된 영상, 미리 짜여진 프로그램이나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는 유튜브 영상. 요즘 들어 그런 영상들이 유독 많아지는 것 같다. ‘크리에이터’ 라고 자신들을 부르는 유튜버의 채널들, 꽤 규모가 있고 팔로워가 많은 채널의 경우 따로 팀을 이루거나 회사 소속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그런 채널을 보다보면 얼마나 많은 영상들이 수많은 회의와 수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그 정성을 느낄 수 있다. 심심풀이로 보고 넘기는 것이 미안하게 느껴질 만큼 말이다. 

물론, 그런 영상을 보는 재미에 유튜브를 구독해 보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은 그저 진짜 사람 사는 이야기, 우리 주변에서 늘 발견할 수 있는 이야기와 사람들을 보여주는 채널이 그립기도 하다. TV방송 같으면서도, 그 안에 등장하는 이야기와 사람들은 그냥 우리 이웃 친구 같은 영상이 보고 싶은 날이 있다. 

‘EBS 컬렉션’ 이 채널은 그런 이야기이다. 유명 유튜버가 자신이 오늘 찍은 영상을 소개하는 설명은 없다. 유명 배우의 나레이션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영상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함일 뿐이다. 

제목 그대로 ‘라이프 스타일’
‘우리네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115세 장수 할머니의 삼시세끼 라이프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리산 골짜기에서 철갑상어를 기르는 청년 이야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혹은 ‘티베트의 랑무스 양고기’ 이런 생소한 세계 이야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 내 시선을 이끈 것은 한옥에 사는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파트에서 해방, 폐허에서 찾은 행복’ 
한 가족이 한옥을 개조해서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강아지와 사춘기 딸과 함께 살기 위해 아파트를 버리고 오래되어 폐허가 된 한옥을 개조하기 시작한 한 건축가. 그의 마음속에는 대화도 없이, 가족다운 정도 없이, 그저 닭장 같은 삭막한 아파트 같은 관계가 되어버리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이 한옥 이사를 결정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가 개조한 한옥 안에는 가족의 정으로 가득 차 있는 듯한 따뜻함이 느껴졌다. 

집을 바꾼 것뿐이었다. 물론 그것은 매우 힘들고 길고 고된 작업이었지만 가족 상담을 받거나, 무슨 큰 문제가 있어서 해결을 위해 노력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학교에 다녀오면 자기 방문을 걸어 잠그고 들어가 버리는 딸들에게 한옥 다락방을 내어주며 문을 없애고 서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소리가 지나가는 길을 만들었다. 

회사에 다녀오면 피곤해서 거실에 누워 TV만 보다가 잠들어버리는 자신을 바꾸기 위해 한옥 마당을 이용해 거실로 바꾸고, 창을 내고, 감나무가 보이는 개방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그러자 그 공간 안에 가족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아주 천천히, 가족들 간에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갈수록 가족 간의 감정 역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집(宙)’ 바람과 비를 막고, 따뜻하고 안락한 보금자리를 만든다는 집은 그 자체로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상징한다. 그리고 따뜻한 가족들의 소통과 사랑의 장소가 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최근들어 현대적 가족을 떠올리면 이런 단어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았다. 집은 잠을 자고 나가는 곳, 가끔 가족들과 함께 사용할 뿐인 공간인 가정이 더 많아졌다. 그렇게 우리는 네모모양 똑같은 아파트에 사는 편리함과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바꿔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번쯤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 집이 정말 내 가족을 위한 쉼과 소통의 공간이 되고 있는지 말이다. 그리고 꾸며지거나 기획되지 않은 우리가 사는 진짜 이야기를 가끔은 차분히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유성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