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알남, 한국인들이 미국 편의점에 가면 놀라는 이유?

영어 알려주는 남자? 영어보다는 문화·여행·팁이 가득

유성연 기자 승인 2020.09.17 00:03 의견 1

아마 유튜브에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채널 장르 중 하나를 말하라면 영어나 일본어 등 언어를 가르쳐주는 채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계정의 추천 리스트에 빼놓지 않고 올라오는 영상이 ‘영어 공부하는 법’에 관한 영상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로 그런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들은 미국이나 영국 등 영어권 국가에서 꽤 오래 거주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어떤 유튜버는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들의 영어 표현을 분석해 유머로 풀어내는 분이 있다. 

또는 미국 드라마나 일본 드라마 등 외국어권 드라마들의 내용을 함께 리뷰하며 풀이하는 식으로 영어를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어떤 쪽이든 문법이 완벽한 영어가 아닌 실제 회화 위주의 가벼운 표현을 익히고 싶은 사람이라면 유튜브로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 중 한가지일 듯 하다. 

하지만 오늘 소개하는 이 채널은 뭔가 좀 다르다. 분명 채널의 제목은 ‘영어 알려주는 남자 = 영알남’ 인데 사실 영어를 배우겠다고 이 채널을 구독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여행에 대해 정보를 얻고 싶었고 그래서 영상을 찾던 중 우연히 ‘해외여행 시 알면 유용한 Tip’이라는 제목으로 올려진 영상을 보면서 알게 된 채널이기 때문이었다. 

그 영상은 유럽 여행을 할 경우 자주 당하는 소매치기와 범죄, 사건, 그리고 그 때 어떻게 대처해야 안전하게 여행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영상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밖에 내가 이 채널에서 본 영상들은 거의 비슷했다. 외국 어느 나라에 가려다가 출국 게이트에서 잡혀 취조를 당한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혹은 흑인 아저씨에게 위협을 당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영국에 가서 인종차별을 당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지? 외국에서 기차나 대중교통 이용할 대 주의해야 할 점 기타 등등. 

이렇게 영상 목록만 나열해 놓고 보니 내가 과연 영어를 알려주는 남자의 채널을 구독한 것인지, 아니면 해외여행에서 당할 수 있는 온갖 나쁜 일에 대한 채널을 구독한 것인지 헷갈리긴 한다. 하지만 그것이 이 채널이 재미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채널의 주인 유튜버는 외국 유학 생활을 꽤 오래했다고 한다. 그런 자신의 지식을 토대로 영국을 비롯해 외국 곳곳에서 어떤 영어를 사용하고, 어떤 대처법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알려주기 위해 채널을 만든 것 같다. 그런데, 보는 입장에서는 ‘영어를 알려주는 남자’ 라기 보다는 ‘영어 빼고 모두 알려주는 남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영상들의 제목과 내용이 재미있고 창의적이기 때문이다. 

좀 솔직하게 감상평을 말하자면 ‘어떻게 이 많은 일을 한 사람이 당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 중에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이 있다. 그 속담의 당사자 같은 느낌이랄까? 외국 어딜 가나 다른 사람들은 평생에 한 번도 당하기 어려울 법한 일들을 모두 당하시는 것 같기 때문이다. 공항 출국장에서 테러범으로 오해를 받는 일, 숙소를 잡았는데 사기를 당하는 일, 해외 축구 경기장에 가서 욕을 듣거나 인종 차별을 당하는 일, 기타 등등 외국에서 이방인으로서 당할 수 있을법한 자잘한 사건들을 이 유튜버는 모두 겪고 있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런 일들이 결코 의도한 것이 아닌데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도하지 않았는데 일어난 일들을 콘텐츠로 활용해 자신의 채널만이 가지는 매력으로 승화시킨다는 점일 것이다. 그 점이 내가 이 채널을 구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외에 이방인으로서 여행하고, 거주한다는 것, 당연히 좋은 일만 있을 리가 없다. 아니 이방인이기에 더 위험한 상황에 다양하게 놓일 수 있다. 그런 위험성을 생각한다면 이 영어를 빼고 다 알려주는 것 같은 유튜버의 경험 리스트를 한번쯤 보고 들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유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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