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진 펀딩 … ‘달빛천사’ OST 앨범 논란

26억 모은 '달빛천사' 펀딩…사용처 논란에 7천명 환불

신재철 기자 승인 2020.01.03 02:49 | 최종 수정 2020.02.11 03:21 의견 0
26억 모은 '달빛천사' 펀딩…사용처 논란에 7천명 환불

여전히 많은 인기를 끌고 있으나 약간은 국내에서 주춤한 기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만화, 하지만 이 일본만화가 국내 만화계를 독식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점유율을 자랑하던 15년전, ‘달빛천사’ 라는 일본 유명 만화가 ‘타네무리 아리나’원작의 애니메이션이 국내에서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일본 만화가 국내에서 인기를 끈 것 자체는 그다지 큰 이슈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이례적이었던 것은 일본 자막판 원본 애니메이션보다 국내 성우가 더빙을 한 더빙 버전이 더 큰 인기를 끌었고, 실제 음악관련 만화였기에 애니메이션 스토리상 주인공이 부른 노래를 주인공 역을 맡은 성우가 불렀는데 이 노래 자체가 화제가 되어 큰 인기를 누렸다는 사실이었다. 

바로 ‘이용신 성우’ 국내에서는 이미 베테랑 성우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을 했던 그녀는 이 달빛천사의 여주인공 역할을 연기하고 OST까지 부르면서 국내에 엄청난 인기몰이의 주인공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얼마 전, 여전히 이 작품과 이용신 성우는 ‘달빛천사’ 한국 더빙버전 오리지널 OST 콘서트’ 라는 행사를 기획하고 앨범을 발매한다는 발표를 해 많은 달빛천사 팬들을 설레게 했었다. 

하지만 여전히 애니메이션 OST를 앨범으로 정식 발매하고 콘서트를 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국내 정서상,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만큼의 자금력이 확보되지 않았고 결국 이용신 성우와 앨범 제작사가 선택한 방법은 ‘크라우드 펀딩’ 이었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롭게 나타난 투자 형태는 집단지성의 하나로서 보여질 수 있는 개념으로서 후원이나 기부, 대출, 투자 등을 목적으로 자금이 없는 예술가나, 프로그램 개발자, 사회활동가, 창업예정자 등의 사람들이 웹이나 모바일 네트워크 등을 이용해 개인이나 기업의 자금을 모으는 공개적인 행위를 통칭한다.

물론 단순히 그런 개념만 보면 순수한 목적의 후원에 가까운 개념으로 보이지만 엄연히 사이트나 네트워크를 통해 개발자의 재능이나 디자인, 능력에 대한 계획서, 홍보물을 제작해 배포, 홍보하고 투자자는 그 재능에 대한 신뢰와 지원이라는 목적성을 가지고 투자금을 제공하며, 그 종류에 따라 투자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도 명확한 사전 합의가 필요한 나눔이다.

그리고 결국 이런 크라우드 펀딩의 순수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된 업무 진행과 소통으로 인해 이 ‘달빛천사’ 라는 작품은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에 또 다른 이례성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바로 유례없는 ‘크라우드 펀딩 대규모 환불 사태’ 이다. 

애초에 펀딩 시작 당시 이용신 성우와 제작사는 ‘달빛천사’에 사용된 OST를 앨범으로 녹음하고 발매하기 위한 펀딩이라고 홍보했었다. 당시 펀딩 목표 금액은 3300만원, 커버를 위한 라이선스 비용, 세션 녹음, 가창, 믹싱, 마스터링 등에 사용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펀딩은 숨어있던 ‘달빛천사’를 추억하는 팬들을 움직였고 전폭적인 지지로 당초 목표금액의 7989% 초과인 26억 3668원을 달성, 국내 크라우드 펀딩 역대 최대 금액을 달성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렇게 엄청난 성공에 기뻐한 것도 잠시, 앨범 디자인 공개부터 애초에 팬들이 기대했던 애니메이션 그림은 보이지 않았고 이용신 성우의 모습만이 전면에 등장했다. 게다가 펀딩으로 모금한 금액 일부를 이용신 성우 개인 콘서트 개최에 이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기나 횡령죄에 속한다며 대규모 환불을 요구한 팬들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사실, 이후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 앨범 발매 자체에 대해 제작사는 원작자와 저작 관련해 사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원작자의 이미지 등을 사용할 경우 수익을 공유해야 하기에 원작 이미지 및 기타 원작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게다가 원작자인 타네무라 아리나 작가마저 자신은 이 펀딩에 대해 합의한 적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정식 OST 발매와 애니메이션 작품의 팬으로서 소장 가치 있는 앨범의 공유를 기대했던 많은 펀딩 기부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많은 환불 사태에도 불구하고 아직 펀딩 자체가 취소된 것은 아니며, 아직은 제작에 관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얼룩져버린 펀딩의 진행과 이용신 성우 개인의 도덕심에 대한 의혹, 그리고 순수하게 15년을 애니메이션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기다리고 펀디엥 참여했던 수많은 팬들의 실망감은 당분간 어느 곳에서도 수습할 수 없는 상처로, 국내 크라우드 펀딩의 부정적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유튜버월드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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