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시대, IT가 점령하지 못할 성역은 없는가

신재철 기자 승인 2020.12.01 04:40 의견 0
 


 영화 ‘세렌디피티’를 보면, 여주인공이 남주인공과의 운명적인 만남을 기대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책의 첫 장에 자신의 집 전화번호를 적어 바로 중고 책으로 팔아버린다. 그리고 여주인공을 다시 만나고 싶은 남주인공은 그 뒤로 10년의 세월을 그와 같은 제목의 책을 볼 때마다 앞 장을 펼쳐보며 ‘이 책에는 전화번호가 있을지도 몰라.’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런 자신의 바람이 바보 같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바야흐로, 종이 책만이 가진 감성이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출판사에서 다 같은 제목과 표지를 가지고 찍어 나오는 책. 하지만 전화번호를 그 앞 장에 적는 순간 그 책은 세상에서 유일한 책이 된다. 그리고 그 어떤 곳에서도 그 책이 아니라면 그 전화번호를 알 길은 없다. 종이 책이란 그런 것이니 말이다. 

아마, 그 옛날 영화를 최신 감성으로 각색해보자면, 아마 여주인공은 전자책을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었을까? 전자책. 가방 무겁게 들고 다닐 필요도 없으며, 자를 대고 조심스럽게 밑줄을 긋거나 책갈피로 마음에 드는 문구를 표시해 놓을 필요도 없다. 터치 한 번이면 내가 마음에 드는 문구를 바로 저장하고, 전자 책갈피를 끼우고, 그대로 복사해 다른 곳에 붙여 넣을 수 있는 시대니까 말이다. 

 전자책은 10년, 20년이 지나도 종이가 삭거나 사라지거나 찢어지지 않는다. 그저 영원히 처음과 똑같은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물리적인 이유로 트랜드가 바뀌는 경우는 없다. 분명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신하기 시작한 데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이라는 전자기기의 기술 발전과 보급이 기저에 존재한다. 그리고 또 다른 일면에서 원인으로는 웹 소설 같은 장르문학 전자책의 유행이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바쁜 현대인들은 책도 종이로 읽지 않는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수많은 매체들을 너무나 쉽게, 가볍게, 어디에나 들고 갈 수 있어졌고, 종이책보다는 그런 기기들을 사용하는 것이 뭐든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소설을 전자책으로 본다. 그래서 웹 소설은 이미 종이책 출판업계를 넘어서 당연한 출판 업계의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미 한국의 웹 소설 시장은 2016년 1,800억 원에서 2017년 2,700억 원으로, 최근 들어 한해 50%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구독자는 2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웹 소설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스마트 기기 하나만 있으면 구독이 가능하기에 세계를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 시점,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출판시장 규모는 약 3조 163억 원(2016년 기준)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전자출판은 약 2,310억 원 규모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시장의 약 7~8% 규모다. 특히 작은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성장해왔기에 2014년 약 1,678억 원, 2015년 약 2,005억 원 규모에서 현재 300억 원 가량 증가했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2019년, 우리는 현재 종이책과 전자책이 모두 공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직은 종이책과 전자책 모두 각자 선호하는 층이 확고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양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마 멀지 않은 미래에 종이책과 종이책을 판매하는 서점은 소리 소문 없이 우리 곁에서 사라져갈 것이라는 것이 이미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유튜버월드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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