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개봉한 한 영화가 인터넷을 비롯한 온 언론을 들끓게 하고 있다.
무슨 영화이기에 그렇게 이슈화가 되었나?
몇 년 전, 온 오프라인 서점을 뜨겁게 달궜던 화제의 문제작 ‘82년생 김지영’ 이라는 작품을 영화화한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82년생 김지영’ 이 책은 지금까지 세 번의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첫 이슈는 2016년, 서점에 이 책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온갖 페미니즘과 그 반대파 사람들의 논쟁을 불러일으켰을 때였다. 모이는 곳마다,
이 책을 읽은 사람마다 ‘너는 그 책에 나온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라는 말을 하곤 했다. 이 책에 나오는 남성우월주의, 여성의 경력단절과 관계된 불이익 등의 남녀차별 문제가 우리 사회에 어제 오늘 있었던 일도 아닌데, 유달리 이 소설이 나온 직후,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를 성(性)으로 나누고, 절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곳에 사는 사람처럼 취급하며, 때로는 서로를 공격하며 격렬한 논쟁을 벌이곤 했었다.
아마 그 즈음부터 벌어졌던 여러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일부에서 벌어졌던 몰카 사건 등이 힘을 가세해 일부 극단적인 패미니스트를 중심으로 이 소설이 패미니스트의 심리를 대변해줄 정석인 것 마냥 칭송되며 이슈는 더욱 거세졌다.
물론, 이 소설에 나오는 김지영이라는 인물은 실존 인물이 아닌, 그저 82년 생 중 가장 흔한 이름을 골라, 가장 일반적인 여성이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바람대로 선정된 것이었으나, 이 소설을 읽은 일부 여성들은 마치 자신의 이름이 김지영인 것 마냥 몰입하였고, 이 책은 패미니즘을 대표하는 책 중 하나가 되었다.
두 번째 이슈는 작년이었다. 이 논란의 소설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부터였다. 대표적인 호감 배우라 칭해지는 정유미, 공유가 주연을 맡게 된다는 소식에, 안티팬 없던 두 사람을 혐오하고 실망했다는 인터넷 댓글이 줄을 이었다.
아무리 논란이 된 소설이라고는 하나 이제껏 대중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 이 작품만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왜 이다지도 반발이 심한지 도저히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세 번째, 그 논란의 원작, 그리고 영화화된 작품이 예상외의 좋은 흥행 가도를 시작했고, 그로 인해 인터넷과 온, 오프라인 여론은 또 다시 이 82년생 김지영씨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원작에서 논란이 되었던, 남성에 대한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시각, 무능력한 모습으로 일관되게 비춰졌던 시선을 조금 거두고, 각색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김지영씨가 받았던 어린 시절부터의 남녀차별과 부당한 대우 부분은 조금 줄였다. 그리고 유독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전업주부가 되면서 경력단절 등의 상황에 놓인 30대의 김지영씨 이야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듯하다. 그것이 배우의 의도였는지, 각색 작가나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전 결혼하고 아이 낳더라도 잘 해나갈 수 있어요. 팀장님처럼요.”
어느 정도 남녀차별의 논란 속에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하여 원만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 같기는 하다. 더불어 경력단절과 육아 전쟁 속에서 삶에 힘들어하는 여성의 모습을 집중해 보여줌으로서 많은 여성 관객들에게 호평과 공감을 사고 있으니 말이다.
이 영화의 논쟁, 하지만 직접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단지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에 대한 찬반이 아닌 눈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나의 어머니 이야기, 나의 동생 혹은 아내, 그리고 우리 사회가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이야기를 하고 있는 담백한 이야기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유튜버월드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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