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2의 흥행, 그리고 한국 영화계의 독과점 반발 파문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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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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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매니아들 사이에서야 늘 꾸준한 인기를 구가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이었으나 유독 한 작품이 역대 박스오피스 순위를 1위로 갈아치우며 엄청난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불러 일으켰었다. 그 주인공은 엘사와 안나라는 두 자매의 이야기 ‘겨울왕국’ 그야말로 겨울왕국의 세계였다.
북미 수익은 4억 73만 8009달러이며 해외 수익은 8억 7348만 1000달러로 이를 합친 총 수익은 12억 7421만 9009달러이다. 전체 애니메이션 중에서 북미에선 역대 4번째로 높은 흥행 성적이었으며 특히 한국에서는 천만 관객을 불러오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 이전까지 어린이 관객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디즈니의 작품이 이토록 엄청난 문화현상이 된 데에는 이디나 멘젤을 필두로 걸출한 뮤지컬 스타들을 성우로 기용, 화제의 ‘Let it go’를 비롯한 명곡이 실린 OST의 인기도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잠시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던 열풍이었다. 다른 애니메이션 작품이 나오면 이제껏 늘 그래왓으니 말이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동네 유치원만 나가도 여자 아이들은 엘사 옷을 입고, 엘사 그림이 그려진 문방구를 가지고 다니는 광경을 아직도 볼 수 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주, 사람들이 모이는 곳마다 모두 ‘겨울왕국2’ 애니메이션 개봉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전국 개봉 4일 만에 400만 관객 돌파. 전작의 천만 관객 몰이를 가볍게 뛰어 넘을 것이라 생각했던 이 작품은 예견된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 바로 한국 영화계의 비판과 반발이었다. 영화계는 겨울왕국 2의 스크린 독과점을 비판하고 나섰다. 독과점 해소를 해야 한다며 영화인 대책위원회를 지난 22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영화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히 최근 개봉작인 <블랙머니> 의 연출가 정지영 감독은 겨울왕국이 너무 과도하게 극장 스크린을 점유하고 있다며 자신의 영화가 배급사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상영관이 적어진 것은 겨울왕국2 같은 헐리웃 배급사의 독과점 횡포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밌는 것은 이런 영화인대책위와 한국 영화인들의 독과점에 대한 반발을 예견한 사람이 매우 많았으며, 예견대로 열린 반발 시위에 대중의 반응이 싸늘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인 즉슨, 이번 겨울왕국2가 한국 영화계를 사장시키고 있으며, 자본력의 횡포라고 말하는 한국 영화계 역시 거대 배급사의 독과점 횡포를 늘 해왔던 일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하면 정당한 경쟁이며, 남이 하면 횡포라는 이른바 ‘내로불남’ 식의 반발이라는 대중의 실소.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재작년 개봉했던 ‘군함도’ 라는 영화는 무려 스크린 2168개를 개봉하는 엄청난 독과점을 당당하게 추진했다. 그 이전에 흥행을 기록한 ‘신과 함께’ 시리즈 역시 이와 비등한 독과점을 기록했었다. 실제 흥행이 실패하고 극장 안이 텅텅 비어도 자신들의 영화로 온 극장을 도배해버리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듯이 말이다. 독립영화를 비롯한 여러 다양성을 확보한 영화들은 상영관조차 찾지 못하고 여전히 대형 기획사와 배급사 앞에 약자로 서고 있다. 이런 실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들이 반대 입장에 섰을 때에만 약자인 척 하며 헐리웃 거대자본의 탓, 공정하지 않은 협박 등의 표현을 쓰는 한국 영화계에 대중이 지지를 보내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 아닐까?
신과 함께의 독과점과 흥행이 화제가 되던 과거, 김용화 감독은 ‘스크린 상영은 공급자의 문제가 아닌 소비자의 선택의 문제이다.’ 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다시금 곱씹어보자. 이 문제가 과연 독점적으로 흥행해보려는 거대 자본과 배급의 문제뿐일까? 냉소적인 대중의 반응. 어쩌면 한국 영화계가 주목해야 할 것은 겨울왕국2의 상영관 수가 몇 개냐가 아니라 필요할 때에만 약자인 척 하는 자신들의 자화상은 아닐까?
유튜버월드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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