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거주 사이, 한 달 살기

왜 이런 형태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일까요?

신재철 기자 승인 2020.01.07 03:40 | 최종 수정 2020.02.15 03:55 의견 0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시간은 상대적인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위에서 흐르는 시간과 우주 끝에서 흐르는 시간, 블랙홀 안과 표면, 밖에 흐르는 시간은 중력과 기타 수많은 요인의 영향으로 절대적인 모든 것을 상대적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시간의 상대성’ 에 대해 상대성 이론의 두꺼운 전공서적 두께만큼이나 큰 벽이 내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멀게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이해하든, 이해하지 못하던, 시간은 흘러가고, 여전히 사람에 따라 짧게도, 길게도, 혹은 그 중간정도 속도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시간의 상대성으로 인해 사람들의 여가생활은 사람마다 다른 패턴이 생겨나곤 합니다. 예를 들어 흔히 사람들에게 ‘나 유럽 여행을 가기로 했어.’ 라고 말하면 ‘그럼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다녀오겠네?’ 라고 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10시간이 넘는 긴 비행시간을 들여 가야하는 곳이니 적어도 일주일~이주일 이상은 머무르다 와야만 유럽을 진정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일 것입니다. 반면 우리나라 근방의 동남아시아나 태국, 대만 등의 몇 시간 이내 여행지를 일주일 이상 떠난다고 하면 ‘생각보다 길게 머무르다 오는구나.’ 라고 말할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그렇게 긴 시간을 들여 볼 것은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은 아닐까요?

이 모든 것은 떠나는 여행지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 그 곳에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험의 한계선, 마치 관례처럼 비슷비슷한 기존 여행객들의 여행 코스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반드시 들려야 하는 곳, 보아야 하고 먹고, 경험해야 하는 것들을 마치 경주라도 하듯 마치고 나면 여행은 그 이상 머무를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 그것이 오랜 한국인들의 여행 패턴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3-4년 동안은 이런 패턴이 변하고 있습니다. 일주일 전후의 짧은 기간 동안 떠나는 일탈로서의 여행, 정해진 관광 코스를 빨리 빨리 보고, 기록을 남기고 돌아와 버리는 여행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한 달 정도의 비교적 긴 시간을 들여 한 곳에 임시 거주지를 마련해 머무르며, 딱히 유명 관광지나 익사이팅한 경험을 하지 않고 일상을 즐기다가 돌아오는 여행 ‘한 달 살기’입니다. 패키지 여행을 계약해 가이드를 대동하고 한국 관광객들이 많은 곳을 버스를 타고 투어하듯 돌아다니는 일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배낭을 매고 무작정 ‘고생한 만큼 배우는거야.’ 라면서 내 젊음과 체력을 시험해보는 여행도 아닙니다. 

‘한 달 살기’는 주로 우리나라 제주도나 휴양지,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 소도시 같은 곳에서 즐기는 여행객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들은 임시거주지로 에어비엔비나 일반인이 민박 형태로 임대하는 주택을 빌리고, 근처를 산책하거나 한정된 공간 안에서 관광을 하고, 먹을 것을 가지고 돌아와 삼시세끼를 차려먹고, 그저 쉬는 여행을 즐깁니다. 사실, 하는 일만을 나열하자면 이것을 과연 여행 트랜드라고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행이라기보다는 임시적으로 거주지를 옮겼다는 이미지만을 주곤 합니다.

분명 살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니 이주도 아니며, 며칠 동안 머무르며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온 것이 아니기에 여행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한 달 살기’ 최근 3년 정도 여행  트렌드 분석 결과 이 ‘한 달 살기’ 여행 트렌드는 전체 여행객들의 25%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꾸준하게 가장 성장하는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왜 이런 형태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일까요? 아무래도 혼자, 개성을 중요시하고,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보다는 나 자신이 즐길 수 있는 혼자만의 것을 추구하는 1코노미 세대가 늘어난 것과도 연관이 깊을지도 모릅니다. 그와 동시에 경험, 힐링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그것을 삶의 가장 큰 목표로 사는 20-30대가 늘어난 것 또한 이런 여행 트랜드 변화에 한 몫 하는 요인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약간의 아쉬움과 추억을 가지고 올 수 있게 만드는 한 달의 여행기. 누구든 한번쯤은 즐겨보고 싶은, 2020년 여행 트렌드입니다. 

유튜버월드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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