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적막한 그 시간에 뭉치라는 웰시 코기 강아지 한 마리가 어두운 마당을 서성인다. 아무리 불러도 뒤돌아보지 않고, 친구 강아지가 불러도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마당을 계속 배회한다.
바로 얼마 전, 웰시 코기 세 마리를 키우는 유튜버 지훈의 마당에 버려진 ‘뭉치’라는 강아지. 낮 동안 유기되었다는 것을 모른 체 다른 코기 친구들과 잘 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밤에 갑자기 마당에 나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자신을 버리고 간 장소에 다시 주인이 오지는 않을까? 기대를 가지고 주인을 찾는 것처럼 말이다. 유독 코기라는 견종만 키우는 이를 찾아서 굳이 이렇게 버리고 가다니 말이다.
그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사실 전 주인이 아기를 가졌다는 이유로 자신을 버린 것이란 것을 모르는 걸까? 강아지들은 유기되면 자신이 버려졌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단지 자신이 잘못해서 주인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사실은 이기적인 인간에 의해 버려진 것뿐인데 말이다.
평소 강아지를 좋아한다. 그리고 유튜브 채널이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강아지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이들을 자주 팔로우해서 보고, 정보를 공유한다. 정보를 얻고 예쁜 강아지들을 보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팔로우 해 보고 있던 ‘코기TV 지훈’의 채널에서 이번에는 참 가슴 아픈 사연을 보게 되었다.
지난 광복절에 유튜버 지훈의 집 마당에 어떤 사람이 웰시 코기 ‘뭉치’와 뭉치의 짐을 한 가득 버리고 갔기 때문이다. 구구절절 자신들이 키우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아기를 가지게 되어 어쩔 수 없다는 편지와 함께 말이다. 하지만 어떤 말로 변명을 해도 생명을 무책임하게 버렸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싸구려 사료, 아주 어린 강아지들이나 쓸법한 밥 그릇, 털이 많이 빠지자 밀어버려서는 안 되는 털까지 밀었던 흔적, 모든 것들이 이 아이의 주인이 이 아이를 키우는 것을 버거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유튜브나 인스타에 수많은 강아지를 반려로 키우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간혹 어떤 목적에 의해 주소나 연락처가 공개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그런 선행을 위한 정보 노출이 이런 상황을 불러왔다는 것이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었다.
생명을 버리면서 그나마 웰시 코기를 키우는 이에게 데려다주면 나쁜 짓을 하는게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단 한 번도 이런 반려견 채널을 이런 식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당황스럽고 그만큼 슬픈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식으로 변명을 해도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서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문득 유기견, 유기동물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유독 한국에 많은 유기견, 강아지 공장, 무분별하고 규정 없는 반려견 관련 법률이 이런 가슴 아픈 일을 만들어 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반려견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1인 가정이 늘어날수록 많아지고 있다는데 정말 우리가 성숙된 반려 동물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물론, 강아지와 함께 생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힘들고 지쳐도 산책을 시켜주고, 집안을 더 부지런히 청소해야 하는 등 함께 살기 위해서 해야 할 일도 많이 늘어난다. 강아지는 장난감이나 예쁜 인형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이니 말이다. 그런데 그 사실을 너무 많은 사람들이 무시한 체, 마치 장신구 사듯이 반려 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불쌍한 강아지 뭉치에게 어서 평생을 함께 지낼 좋은 반려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해본다.
[유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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