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의 무대가 TV에서 유튜브로 옮겨오면서, '현실 밀착형' 코미디가 대세로 떠올랐다. 그 선두에 서 있는 채널이 바로 KBS 공채 개그맨 김원훈, 조진세, 엄지윤이 뭉친 '숏박스(ShortBox)'다. 2021년 10월 개설된 이 채널은 '장기연애', '찐남매', '헌팅' 등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상황을 섬세하고 유쾌한 '하이퍼 리얼리즘'으로 풀어내며 단숨에 35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끌어모았다.
숏박스의 가장 큰 매력은 '공감'에 있다. 복잡한 설정이나 거창한 스토리가 아닌, 평범한 일상 속 디테일을 포착해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이들의 주특기다. 마치 길거리나 옆집에서 벌어질 법한 장면들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영상들은 '나도 저랬는데'라는 감탄과 함께 보는 이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특히 '장기연애-모텔이나 갈까?' 영상은 누적 조회수 1600만 회를 돌파하며 숏박스를 '유튜브 괴물 신인'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이들은 단순히 웃기는 것을 넘어, 담백한 편집과 연기력으로 영상의 완성도를 높이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업로드된 '딩고 뮤직'의 영상 역시 숏박스의 이러한 강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족 단톡방'을 소재로 한 이 영상은 가족 간의 미묘한 신경전과 정이 오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하남 스타필드에 가기로 했던 계획을 시아버지의 저녁 식사 초대로 취소해야 하는 아들의 난감한 상황[00:12], 중요한 약속이 있다며 핑계를 대는 아들[00:49], 연애와 결혼, 손주 이야기가 오가며 느껴지는 아들의 부담감[05:17] 등 현실 가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영상은 작은 소동들 속에서 피어나는 가족의 사랑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연애는 안 해도 결혼은 한다'는 아들의 말에 아버지는 뜬금없이 관계와 재테크에 대한 조언을 쏟아내고[02:39], 어머니의 환갑 생일 파티를 계획하며 즐거워하는 가족들의 모습[05:59]은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든다. 특히 영상의 백미는 영상 말미에 있다. 아들 부부가 임신 소식과 함께 초음파 사진을 공유하자[07:54]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됐다'는 소식에 가족 전체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축제 분위기가 되는 모습[07:59]은 뭉클한 감동까지 선사한다.
숏박스는 단순히 유행을 쫓기보다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깊이 파고들고, 이를 개그로 풀어내는 데 집중한다. KBS 공채 개그맨 선후배인 이들은 '개그콘서트' 시절부터 갈고닦은 공감 코미디를 유튜브라는 새로운 무대에 완벽하게 이식해냈다. 그들의 성공은 화려한 포장 없이도 콘텐츠의 본질인 '웃음'과 '공감'만으로 충분히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드라마, 영화, 예능 등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 숏박스가 앞으로 어떤 '현실'을 우리에게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