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킹덤, 군침주의~ 깨끗하고 정갈한 분식집

고구마 오징어 김말이 고추튀김 … 친구들과 함께 튀김을 고르던 그 때

유성연 기자 승인 2020.09.21 02:40 의견 0

어릴 적, 유달리 딸에게 ‘NO’라고 말하는 법 없는 다정한 아빠가 절대 안된다고 손사래를 치시던 일이 딱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길거리에서 간식 사 먹는 일.

매연 가득하고, 위생관리 잘 되는지 알 수 없다는 이유, 어떤 식재료를 사용하는지 모른다는 이유 등으로 아빠는 내가 길거리에서 오뎅, 떡볶이, 붕어빵, 호떡 같은 것을 사먹는 것을 안 된다고 말씀하셨던 것이었다. 오죽하면 붕어빵을 아빠 몰래 학교 앞 노점상에서 친구들과 함께 사먹다가 들킨 날에 집에서 붕어빵을 만들 수 있는 기계를 사들고 퇴근하셨을 정도니 말이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물론, 어른이 된 지금은 충분히 그런 아빠의 마음을 이해한다. 나 역시 내 아이가 매연 가득한 길가에서 위험하게, 지저분한 먹거리를 먹고 있다면 ‘잘한다.’ 고 말할 자신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랴, 10대 시절에는 세상 그 어떤 진귀한 음식보다 친구들과 하굣길에 노점상에 가 서서 함께 먹는 오뎅꼬치 하나, 붕어빵 한 개, 비닐로 씌운 접시에 담긴 물엿 잔뜩 들어간 떡볶이 한 접시가 세상 무엇보다 맛있으니 말이다. 길거리 음식, 노점상에서 파는 오뎅 국물과 떡볶이, 왜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산해진미를 다 먹어도 그런 음식이 주는 추억의 향취를 잊을 수 없는 걸까? 

 그래서인지 난 아직도 찬  바람 부는 겨울이 되면 꼭 주머니 속에 천 원짜리 몇 개를 넣어 다니곤 한다. 그 천 원짜리 한 장은 이를테면 나에게 ‘한 겨울 밤의 소소한 기쁨과 기대감’ 같은 것이다. 요새는 밀가루 값 비싸지고, 천원에 몇 개 넣어 팔아봐야 돈이 안 된다며 사라지고 있는 노점상 길거리 음식, 간혹 그래서인지 발견하는 날에는 숨겨둔 보물을 찾은 것 마냥 좋아 의기양양하게 천 원짜리 하나 꺼내 오뎅 꼬치 사 먹을 때 쓰기 위해 숨겨두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는 카드 한 장이면 사먹지 못할 일이 없겠지만 또 길거리 음식은 500원짜리 동전 하나, 천 원짜리 지폐 한 장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그 돈으로 사먹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채널은 그런 ‘주머니 속의 천 원짜리 한 장의 낭만’을 추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일 보아도 질리지 않을만한 채널 아닐까? 유튜브에 수없이 많은 음식 채널이지만 이 채널에는 오로지 길거리 음식만이 있다. 본격 길거리 음식 전문 채널이라고 해야 할까? 한국의 길거리, 일본의 길거리, 대만의 길거리, 전 세계 어느 곳, 어떤 사람이든 공감할만한 그 걸거리 음식과 함께하는 추억과 낭만을 이 채널은 담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보게 된 영상은 그 수많은 길거리 음식 중에서도 내가 가장 즐겨 먹었고, 가장 그리워하는 분식점 영상이다. 예전, 내가 친구들과 함께 하굣길에, 간혹 급식이 먹기 싫어 석식 시간에 잠깐 선생님 눈을 피해 학교 앞 분식점에 나와 먹던 그 풍경, 그 메뉴들, 튀김과 떡볶이, 오뎅꼬치, 그 시절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너무나 위생적이고 깨끗하게 만드시는 것 같다는 것? 그리고 곤약이나 가래떡처럼 부산 길거리 분식점에 가야 볼 수 있었던 메뉴들이 있다는 점이다. 

고구마, 오징어, 김말이, 고추튀김, 친구들과 함께 튀김을 고를 때면 세상 어떤 시험 문제를 풀 때보다 신중하고, 또 열심히 100원, 200원 고민했던 추억이 있었다. 그렇게 고심해 고르면 떡볶이집 아줌마가 떡볶이 국물에 빨갛게 끼얹어 비벼주시던 그 맛. 그때에 비해 세상은 수없이 변했지만 길거리 분식점만이 주는 낭만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 여고시절 추억의 맛임에 분명한 것 같다. 

유튜버월드 유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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