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없애다 … 무선 이어폰 트렌드

신재철 기자 승인 2020.11.07 20:19 의견 0

시대는 늘 불편함을 하나씩 없애고, 번거로움을 없애며, 더욱 간단하고, 빠르고, 편리한 것을 추구한다. 그리고 그 시대의 변화에 음악을 듣는 기계 또한 예외수일 수는 없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아마 60-70년대 생이 마지막 세대일 ‘LP판’ 이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로, 카세트가 사라진 자리에 CD 플레이어라는 최신 음악 감상 도구가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다들 새로운 신 신물에 놀라워하곤 했다. 집에서 아버지가 틀어주셔야만 들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음악은 그렇게 아이들이 들고 다닐만한 뮤직 플레이어로 변했고, 이후에는 핸드폰 안에 내장된 플레이어로 점점 더 편리하게, 작게 변모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변화를 거치면서도 변하지 않던 것이 있었다. 바로 구불구불 끈이 달린 이어폰, 그리고 한참 쓰고 있으면 머리가 눌리지만 상대적으로 음색이 좋다고 하여 멋으로 쓰던 헤드셋이었다. 소리가 눈에 보이는 입자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기계이기 때문에 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선으로 기계와 연결이 되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얇은선으로 오른쪽, 왼쪽 두 쪽이 이어지는 이어폰의 형태는 가방이나 다른 곳에 넣어 보관하기에 불편했고, 늘 선이 꼬이거나 귀에 닿는 부분의 고무패킹이 수시로 사라지는 등, 상용하기에 불편함은 있었다. 하지만 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그 불편함에 의문을 품는 순간, 늘 그렇듯 혁신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부터, 애플의 새로운 트랜드 창조는 시작되었다.

애플을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도록 만들었던 스티븐 잡스의 타계 이후, 애플은 기존의 잡스가 만들어 놓은 큰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에어팟의 등장은 최근들어 주춤했던 ‘애플=혁신’의 이미지가 전혀 구시대의 유물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처럼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세계 이어폰 업계에 새로운 트랜드를 주도하고 있다. 애플이 내 놓은 새로운 혁신은 이어폰이기에 당연히 존재했던 ‘선’을 없애는 것이었다.

물론, ‘모든 창조와 혁신은 모방을 바탕으로 한다.’는 스티븐 잡스의 명언처럼, 에어팟의 원형이 애플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최초로 에어팟의 원형을 발표한 곳은 ‘젠하이저‘ 로서 그들이 2008년 좌우 분리형 이어버드와 충전 역할을 하는 케이스를 지닌 완전 무선 이어폰 ‘MX W1’을 발표했었다. 그리고 삼성전자와 일부 오디오 전문 업체, 스타트업 역시 관련 제품을 출시했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블루투스 기능을 가진 이어폰 역시 에어팟처럼 선이 없는 형태의 송수신이 가능한 기계였다.

그러나 2016년 에어팟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직감했고, 앞 다투어 에어팟을 가져야만 트랜드세터가 된 것처럼 서로 사기 위해 애플 매장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에어팟이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된 후,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삼성전자 갤럭시 핸드폰에서는 ‘버즈’를, 운동할 때 사용하기 좋은 ‘제이버드 런’ 등의 제품이 속속들이 출시되며 그 뒤를 잇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선 이어폰은 에어팟을 필두로 이제 ‘선이 있는 이어폰을 쓰는 사람= 트랜드에 뒤쳐진 사람’ 이라는 인식이 서서히 생길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필수적 아이템으로 사용되고 있다.

물론, 선이 꼬이는 불편함이 없고, 바쁜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케이스 충전이 가능하며, 언제, 어디서든 휴대하기 좋다는 에어팟과 무선 이어폰의 장점으로 인해 당분간은 이 트랜드가 없어질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유선 이어폰에 비해 음질이 떨어져 음악 감상에 적합하지 않고, 분실의 염려가 크다는 점 등 자잘한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미 사라진 선이 다시 부활해 유선의 시대로 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한 것 같아 보인다. 점점 사라지고, 그 사라짐이 편리한 최신 트랜드라 여기는 시대, 우리가 사는 시대에 더 사라져야 할 것은 무엇인가?

유튜버월드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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