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내려오던 전통을 지킨다.
세계 여러 나라들은 옛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풍습이 있다. 해외여행을 갔을 때 그런 생각은 더 자주 들곤 한다. 100년이 넘는 여관, 가계, 가업,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옛 방식으로 만든 것을 더 으뜸으로 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수 백 년을 내려온 문화와 기술을 이어나가려는 노력들 말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그런 것들을 너무 등안시 하는 경향이 있어보인다. 그래서 가끔은 옛 문화를 이어가는 젊은 예술인이나 기능장들을 보면 말 못할 뿌듯함과 대단함을 느낀다. 그리고 어떤 변화에서 굴하지 않고, 그 뒤로도 꼭 이어지기를 응원한다.
송소희, 국악 하는 어린 소녀를 TV쇼 프로그램에서 본 것은 꽤 오래 전 일이다. 어리고 예쁜 여자 아이가 국악을 너무 잘 해서 넋 놓고 바라본 적이 있다. 더구나 뒤이어 자신이 하는 음악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해서 더욱 놀랐다. 또한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우리나라 음악인 판소리나 국악에 대해 나조차 아는 것이 거의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국악에 비한다면, 뮤지컬이나 콘서트는 언론과 매스컴에서 쉽게 접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 고유의 음악 공연은 보려고 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송소희라는 이 소녀의 열정은 내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
이런 소녀를 잊고 지낸지 몇 년이 흘렀다. 그러던 중 우연히 유튜브에서 이 채널을 발견했다. 그동안 TV나 인터넷에서 소식이 뜸해서 ‘어딘가에서 여전히 공연을 하고 있겠지’라고만 생각했는데 뜻밖에 유튜브 채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간 그녀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얼마나 다양한 공연을 펼치며 실력을 갈고 닦고 있었는지 채널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부르는 노래처럼, 조용하게 업로드 되는 영상 속에는 최근 그녀가 참여했던 공연 영상이 가득 담겨있다. 그런가하면 국악 음반을 제작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사실, 매일 음악 스트리밍 채널에 접속하면서 그녀가 음반을 이렇게 출시하고 있다는 것을 잘 몰랐다. 그래서 반가우면서도 ‘좀 더 일찍 알게 되었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 업로드된 그녀의 국악 재즈 공연 영상을 천천히 감상했다.
‘비밀이야’라는 국악 곡에는 자신만의 감성을 담은 가사가 흘러나온다. 우리는 흔히 국악 공연이라 하면 심청가, 흥보가, 춘향가 같은 고전만 떠올린다. 그리고 그것이 국악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곤 한다. 우리 국악기들이 최근 곡을 연주하는 모습은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었다. 귀를 기울이며 그녀가 작사에 참여한 곡을 듣고 있다 보니, 마치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을 내게 하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금 것 나에게 국악은, 국악 악기는 새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음악이 아닌, 아주 예전 것을 복원하는 것, 옛 것을 보존하고 이어가는 시도일 뿐이었는데, 새로운 곡들은 국악이 살아 있고, 지금도 얼마든지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송소희, 그 어린 소녀는 어느덧 어엿한 숙녀로 성장해 그 일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녀가 입은 예쁜 계량 한복처럼 옛 것을 지키고, 새로이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만의 색깔과, 담고 싶은 말까지 담아내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서 나는, 그 어느 국악 명장보다, 그 어느 유명한 음악가보다, 그녀가 가진 우리나라 국악계의 의미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되었다. 국악은 더 이상 잊혀져가는 음악이 아니다. 단지 보존해야 할 죽은 옛 것이 아니다. 국악, 우리의 악기와 음악은 지금도 살아 숨 쉬는 음악 장르이며, 우리의 음악인 것이다.
[헤모라이프 유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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