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논란, 배달의 민족의 수수료 논쟁

신재철 기자 승인 2020.04.11 09:25 | 최종 수정 2020.04.20 14:04 의견 0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배달의 민족’ 

마치 민족의 유구한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자극하는 것 같은 그런 슬로건을 내세우던 배달의 민족,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대한민국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그 스마트폰 어플을 만들어낸 성공 신화의 주역 김봉진 대표.

 


한때 그의 성공스토리는 이 시대, ‘깡’과 ‘열정’만으로 성공하겠다는 청춘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 만한 이야기였다. 

그는 자기 동네에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맛집, 하지만 전단지를 구하지 못한 사람은 시켜 먹지 못하고,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가면 그 지역에 어떤 맛집이 있는지 전단지를 구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던 불편함을 없애보고 싶어 배달의 민족 어플을 시작했다고 했다. 바로 위치 정보 시스템을 이용해 현재 사용자 근처에 있는 배달 가능한 맛집, 음식점 리스트를 어플에 표시해 보여주는 어플을 개발해낸 것이다. 

이전까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고, 시도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서비스‘ 하지만 왜일까? 언젠가부터 깔끔한 하늘색 모자와 배달통을 실고 돌아다니는 이른바 ‘배민 라이더’가 출연하고, 그 전까지는 배달시켜먹기 어려웠던 맛집 음식까지 배달해주는 혁신적 서비스를 만들어내며 국내 배달 업계의 새 바람을 몰아치게 했던 그 패기가 이제는 몇 %를 남기고, 더 주느냐 하는 수수료 논쟁과 얼룩진 인수합병 이야기만 남아버렸다.

바로 불과 엿새 전,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이 어플에 가입한 외식업주 가맹점들에게 기존의 정액제식 어플 사용료 납부에서 전체 총 매출 금액의 5.8%를 매달 상납하듯 사용료로 납부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변경하겠다 발표한 것이었다. 기존에는 광고 1개를 특정 지역 페이지에 노출시키는 데 평균 8.8만원 정도를 납부하였다. 하지만 바뀐 수수료율로는 주문 1건당 5.8%를 납부하게 되었고, 소상공인들 입장에서는 월 매출 3천 만원 정도이던 가게 기준으로 평균 26만원 정도 납부하던 수수료가 174만원 꼴이 되는 엄청난 금액 상향이었던 것이다.

물론, 배달의 민족 입장에서는 기존에 ‘울트라콜’을 사용하던 방식의 문제점이 있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오픈 서비스를 내놓았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기존의 방식으로 이른바 ‘깃발꽂기’ 식의 일부 업체의 맛집목록 독점이 실제로 사용자들의 불편을 야기시킨다는 의견도 나름의 설득력은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부작용의 대안이 전체 매출의 5.8%를 수수료로 부과하겠다는 방식이라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가 아닌가? 수수료율 개편으로 인해 누가 더 큰 이득을 얻게 될 것인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런 바뀐 수수료율을 공개하자마자 어플에 가입한 소상공인들은 물론 일반 대중들까지 반발이 거세지며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여기에 마침 총선을 앞둔 시기에 여권에서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제정하여 ‘배달의 민족’ 같은 기업 횡포를 근절하겠다고 공약까지 내세우게 된다. 결국 어떤 의도였든 총선과 코로나 19사태, 여러 내외적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배달의 민족의 수수료율 개편이 뭇매를 맞고 어플 불매 운동으로까지 번져 기업의 이미지 하락까지 초래하게 된 것이다. 

이런 배달의 민족 행보는 사실 작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는 말도 많다. 바로 작년에 독일계 한 기업이 배달의 민족을 비롯해 경쟁 배달 어플인 요기요, 배달통까지 인수합병하며 김봉진 대표가 실무경영을 하고 있다고는 해도 사실상 ‘게르만 민족의 어플’이 되어버린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한 기업의 독과점, 그 이후 매출 증대를 위한 기업적 횡포의 출연, 너무나 예견하기 쉬웠던 이번 사태는 너무 큰 반발에 부딪혀 비록 엿 새 천하로 끝났다. 하지만 다음엔 어떤 식으로 소상공인과 서민들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려 할지 모를 일이다. 

유튜버월드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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