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학생 피살 사건은 단순히 해외 범죄의 비극을 넘어, 한국 사회 깊숙한 곳에 뿌리내린 청년 고용의 위기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외교부에 신고된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실종·감금 신고는 작년 220명에서 올해 8월까지 330명으로 급증했으며, 국가정보원은 최대 2,000명의 한국인이 스캠 범죄 조직에 가담했을 것으로 추산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의 상당수가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거주하는 20~30대 청년층이라는 사실이다.

대구, 경기북부, 인천 등 지방 및 비수도권 지역에서 캄보디아 관련 실종·감금 신고 건수가 서울을 압도한다는 통계는 현상 이면에 존재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의 가장 큰 이유로 지역 청년들의 심각한 취업난을 꼽는다. 전국적으로 청년 취업자가 급감하고 '쉬었음' 인구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지역은 양질의 일자리 증가가 수도권 신도시에 집중되는 고용 양극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삶의 기회가 줄어든 상황에서, 캄보디아 범죄 조직이 내거는 '월 1,000만 원 이상 가능', '학력·경력 무관', '돈 욕심 많은 분 환영'과 같은 달콤한 유혹은 절박함에 내몰린 청년들의 심리를 정확히 파고든다. 이들은 합리적인 판단 대신 '인생 역전'이라는 한 가닥 희망을 좇아 범죄의 늪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심지어 범죄인 줄 알면서도 한국에서 경제 활동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절망감에 조직으로 다시 돌아가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청년층이 텔레그램 등 소셜 미디어에 친숙하다는 점과, 먼저 범죄 조직에 연루된 한국인 모집책들의 존재는 범죄 가담의 문턱을 낮췄다. 모집책들은 동향, 동문 등 공감대를 형성하며 피해자들의 경계심을 무너뜨린다. 불안한 심리를 자극하고, '나도 했으니 너도 할 수 있다'는 안심을 주입해 범죄로 이끈다. 다만, 이 문제가 단순히 '지역 청년층'이나 '판단력 부족'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도 주목해야 한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범죄 조직은 이제 나이와 교육 수준에 관계없이 '돈을 빨리 벌고 싶어 하는 사람' 모두를 타깃으로 삼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50~60대 가담자가 적지 않다. 세대나 지역으로 문제를 한정 짓는 것은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를 가릴 수 있다는 경고다.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구출된 이들이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등 각종 온라인 사기 행각에 연루된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사회적 논란을 증폭시킨다. 송환된 피해자 64명 중 58명이 구속된 현실은 이들이 납치·감금의 피해자인 동시에 타인에게 고통을 준 범죄자라는 복합적인 윤리적 딜레마를 던진다. 전문가들은 "범죄자든 피해자든 국민의 생명은 똑같이 소중하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이들을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통해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이는 타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동시에, 추가적인 국내 사기 범죄 피해를 줄이는 중요한 조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어떠한 경우에도 납치, 고문, 살인 등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권적 가치 역시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캄보디아 여행경보 발령과 합동 대응팀 파견 등 대응에 나섰지만, 태국, 필리핀,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스캠 조직이 활동하고 있어 '풍선 효과'를 막을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청년 맞춤형 범죄 예방 교육이다. 유튜브 쇼츠 등 청년들에게 익숙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고액 일자리 유인책의 전형적인 수법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대만,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년들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주목이다. 정부는 이들의 상황을 단순히 '판단력 부족'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지역 소멸과 양극화로 인해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절망적인 경제 환경이 청년들로 하여금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도록 내몰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해외 범죄의 그늘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국내의 청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안전하고 공정한 사회적 기반을 먼저 다지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