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다 싶어 탈출"... 위약금 면제 4일 만에 5만 가입자 이탈

KT가 보안 부실에 따른 무단 소액결제 사태의 책임으로 '위약금 면제' 카드를 꺼내 들자마자 대규모 가입자 이탈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12월 31일부터 1월 3일까지 단 4일 동안 KT를 떠난 가입자는 총 5만 2,661명(알뜰폰 포함)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번호이동 건수가 평소 1만 5,000여 건 수준임을 감안할 때, 위약금 면제 첫날 발생한 번호이동(3만 5,595건)은 평상시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위약금 때문에 참았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발하며 일주일 만에 거대한 이탈 물결이 형성된 모양새다.

SKT로 61% 쏠림... "반값 요금" vs "데이터 100GB" 보상안 차이

이탈한 고객의 행선지는 선명했다. 전체 이탈자의 61.4%인 3만 2,336명이 SK텔레콤(SKT)을 선택했다. LG유플러스와 알뜰폰이 그 뒤를 이었지만 SKT로의 쏠림 현상이 압도적이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양사의 '보상안 온도 차'가 있다.

·SKT: 위약금 면제와 더불어 '통신요금 반값'이라는 파격적인 보상을 내놓으며 재가입 고객에게 기존 멤버십 등급과 가입 연수를 유지해주는 '집토끼 지키기'에 성공했다.

·KT: 위약금 면제와 '데이터 100GB·OTT 이용권'을 내걸었지만, 정작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쓰는 고액 가입자들에게는 사실상 무의미한 보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도청 가능' 충격에 '보안 부실' 재평가... 신뢰 무너진 KT

단순한 소액결제 사고인 줄 알았던 이번 사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 결과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을 통한 도청'까지 가능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치명타를 입었다. 민관합동조사단이 "전 고객 대상 위약금 면제 사유"라고 못 박을 정도로 KT의 보안 관리는 처참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보상안도 부실한데 보안까지 뚫린 통신사를 계속 쓸 이유가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앞서 대규모 이탈을 겪었던 SKT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KT 고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KT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13일까지 이어질 '통신 대전'... 보조금 경쟁 가열

KT의 위약금 면제 기간은 오는 1월 13일까지다. 아직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남은 만큼, 고객 이탈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이동통신 3사는 이미 지원금을 10만 원가량 상향하며 가입자 쟁탈전에 불을 지폈다.

업계 관계자는 "위약금이라는 가장 큰 장벽이 사라진 상태에서 SKT와 LG유플러스의 파격적인 마케팅 공세가 이어진다면 KT의 가입자 방어선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2026년 새해 시작부터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보안'과 '보상'이라는 키워드 속에 전례 없는 격전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