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을 받고 나면 두꺼운 결과표를 받아들고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숫자와 영어 약어들, 그리고 ‘정상’, ‘경계’, ‘이상’ 같은 판정이 빼곡히 적혀 있는데 도대체 어디를 먼저 봐야 할지 막막하다. 그래서 결과표를 보는 기본적인 흐름과 주요 항목을 쉽게 풀어보려 한다.
제일 먼저 체크해야 할 건 혈액검사 결과다. 혈액은 몸의 거울이라고 불릴 만큼 건강 상태를 잘 보여준다. 혈당 수치(FBS, Glucose)가 정상보다 높으면 당뇨 위험 신호일 수 있고, 낮으면 저혈당 증상을 의심해야 한다. 콜레스테롤 수치(TC, LDL, HDL)는 심혈관 건강과 직결된다. LDL은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데, 수치가 높을수록 혈관에 쌓여 동맥경화를 유발한다. 반대로 HDL은 ‘좋은 콜레스테롤’로, 수치가 높을수록 혈관을 깨끗하게 지켜준다.
간 기능 수치도 중요하다. AST, ALT, γ-GTP 같은 항목이 그것이다. 술을 자주 마시거나 간에 무리가 가면 이 수치들이 금세 올라간다. 일시적인 상승일 수도 있지만 계속 높게 나오면 지방간, 간염 같은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마찬가지로 신장 기능을 보여주는 크레아티닌(Creatinine), BUN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으면 신장에 무리가 가고 있다는 뜻이다.
혈압과 체질량지수(BMI)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고혈압, 비만은 거의 모든 만성질환의 출발점이다. ‘조금 높은데 괜찮겠지’ 하고 넘기지 말고, 정상 범위를 벗어난 순간부터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게 소변 검사다. 단백뇨가 나오면 신장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혈뇨가 나오면 비뇨기계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보통 특별한 증상이 없어서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작은 수치 변화가 큰 병의 신호일 수 있다.
결과표에는 보통 ‘정상’, ‘주의 요함’, ‘재검 권유’ 같은 코멘트가 붙는다. 여기서 ‘주의 요함’은 바로 큰 병이 있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부터 관리하라는 경고등이다. 반면 ‘재검 권유’는 꼭 다시 확인하라는 의미이니 무시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가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결과표를 단편적으로만 보지 않는 거다. 혈압만 정상이라고 안심할 게 아니라, 혈당, 콜레스테롤, 간·신장 기능까지 종합적으로 보는 게 필요하다. 숫자 하나하나에 집착하기보다 내 생활 습관이 어디서 문제였는지를 점검하는 게 더 중요하다.
결국 건강검진 결과표는 단순히 병을 찾아내는 종이가 아니다. 내 생활습관을 비추는 거울이고, 앞으로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할지 알려주는 신호등이다. 다음에 결과표를 받아들었을 때, 당황하지 말고 오늘 이야기한 기본 가이드를 떠올려보면 훨씬 명확하게 내 건강 상태를 이해할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