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제목인 ‘블라인드 사이드’는 풋볼에서 쿼터백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의미한다. 영화의 주인공 마이클처럼 낙후된 환경에서 자라 사회로부터 외면당해 보이지 않는 아이들을 뜻한다.
미식 축구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쿼터백이란 포지션은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쿼터백만큼 중요한 포지션이 있다. 바로 쿼터백을 엄호하며 그의 사각지대를 커버하는 포지션 레프트 태클이다. 이 영화는 레프트 태클에 맞는 완벽한 조건을 갖춘 한 소년과 옳은 것이 무엇인지 아는 아줌마의 신뢰와 감동 실화를 다룬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약물 중독에 빠진 엄마와 강제로 헤어진 후, 여러 가정을 전전하며 커가던 ‘마이클 오어.’ 건장한 체격과 남다른 운동 신경을 눈여겨 본 미식축구 코치에 의해 상류 사립학교로 전학하게 되지만 이전 학교에서의 성적 미달로 운동은 시작할 수도 없게 된다. 급기야 그를 돌봐주던 위탁가정에서도 머물 수 없게 되자 마이클은 거리를 전전하며 지낸다.
비 오는 어느 날 밤, 학교 강당에서 아들의 학예회를 마치고 나오던 리앤은 비를 맞으며 초라하게 걷는 마이클을 보게 되고 그를 집으로 들인다. 그를 보살피면서도 혹시나 하는 의심을 지우지 못한 리앤은 시간이 흐를수록 마이클의 순수한 심성을 알게 되고 리앤과 그녀의 가족은 그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천성이 착했던 마이클은 경기의 상대가 다칠까 제대로 공격도 하지 못한다. 리앤은 다른 선수를 보호해야 할 가족이라 생각하라고 충고하고 마이클은 그 충고에 힘입어 상대를 이기고 전세를 역전시킨다.
리앤 가족의 도움으로 성적까지 향상된 마이클은 본격적으로 미식축구 훈련을 시작하며 놀라운 기량과 실력을 발휘하고, 리앤은 그의 법적 보호자를 자청하며 마이클의 진짜 가족이 되고자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 영화가 불우한 흑인, 그를 구제한 백인의 관점에서 본 전형적인 백인 중심 영화라고 한다. 실제로 영화에서 백인 상류층 모임에 나간 리앤에게 친구들은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한다. 그때 리앤은 이렇게 말한다.
“너희들 모두가 내 선택을 찬성하지 않아도 돼. 알겠지? 그렇지만 너희들에게 내 선택을 존중해주는 것은 부탁할게.”
때로 세상이 나의 의도를 곡해할 때가 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 실망하고 낙담할 테지만 리앤은 달랐다. 그녀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갔고 그 굳센 믿음은 마이클의 흔들리는 마음마저 단단히 잡아주었다.
사실 다른 인종의 빈민가 아이를 편견 없이 받아준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영화 속 리앤 가족은 그런 마이클을 자연스레 받아준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가 부자라면 이렇게 편견 없이 남을 돕고 베풀 수 있을까? 정말 리앤 가족이 부자였기 때문에 이런 선행을 베풀 수 있었던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내 생각은 NO다. 그들이 마이클을 도울 수 있었던 건 돈이 많았기 때문이 아니라 마음이 따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돈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나눌 마음이 없다면 이런 선행은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손 가득 좋은 것을 쥐고 있어도 남에게 나눠주기를 꺼려한다. 물론 상식적으로는 알고 있다. 많이 가질수록 많이 나눠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실제로 자신의 것을 나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 속 리앤 가족은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이었다.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 그들. 어쩌면 우리는 그런 삶을 동경하기에 이 영화를 보며 더욱 큰 감동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지금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인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인가? 사실 당신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는 상관없다. 만약 당신이 도움을 받았다면 다른 사람에게 똑같이 베풀어 주자. 도움을 주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이 더욱 잘되길 축복해주자.
당신이 무엇을 선택하든 선한 마음을 잊지 않고 행한다면, 당신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 질 것이다.
[헤모라이프 안지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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