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간식도 뉴트로 트랜드

옛날식 꽈배기 전문점의 인기

신재철 기자 승인 2021.05.29 18:02 | 최종 수정 2021.07.02 00:09 의견 0

‘옛날식 꽈배기’ 밀가루 반죽으로 쫄깃쫄깃한 식감을 살려, 안에 고급스러운 재료나, 하다못해 팥앙금 하나 안 들어있는 꽈배기, 어릴 적 오토바이 앞에 나를 태우고 다니시길 즐기시던 아빠는 가끔 차를 태워 시내에 나가는 날이면 꼭 그 길게 땋은 머리 같은 꽈배기를 내게 사주시곤, 아빠는 팥 앙금이 들어있는 찹쌀 도넛을 드시곤 했다. 어릴 적, 나는 지금과 달리 팥 앙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손에 쥐고 먹기에도 긴 꽈배기 도넛이 더 좋았다. 설탕을 잔뜩 묻혀 종이봉투 가득 담아주시던 꽈배기집 아주머니의 모습은 언제나 기름 앞에서 꽈배기를 튀기느라 더우신 듯 땀을 잔뜩 흘리시는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아줌마의 앞치마 주머니에 가득한 동전이며 천 원짜리 꼬깃한 지폐는 분명 아줌마에게 무엇보다 든든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을 것이다.

그런 꽈배기가 사실 어릴 적 이후에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췄던 시기가 있었다. 적어도 10년 이상, 나는 가끔 가는 시골 할머니 댁 근처에 5일장이 서는 풍경에서만 그 기름 가득한 통에 꽈배기를 튀기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작년 무렵인가? 갑자기 기하급수적으로 그 꽈배기 집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는 기분이 들었다. '뉴트로 열풍' 이 드디어 꽈배기까지 열풍을 이어 인기몰이를 하게 된 것이었다.

스마일 꽈배기, 경성 꽈배기, 자미당, 꽈배기를 과거에는 시장 5일장터에서나 보는 싸고 흔한 간식거리라고 생각하겠지만, 본격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뉴트로 느낌의 인테리어로 꾸민 상점, 봉투 하나까지 디자인을 거친 듯한 고급스러움까지 갖춘 가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는 2019년, 작년부터 이어진 트렌드로 이미 배달앱 리처치 결과 '신규 배달음식 메뉴 1위'를 2년 연속 기록하며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받기 시작해 이제는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의견이 조심스레 나올 정도로 가맹점이 늘어나기에 이르렀다.

실제, 이에 주목한 공정거래 조정원에 따르면 전국에 꽈배기를 상호명에 포함해 내세우는 프랜차이즈는 2018년 기준 10개에서 1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고 2020년 들어서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국 500여개 넘는 꽈배기 전문점이 성업 중이며 꽈배기 이외에도 크로켓, 핫도그, 도넛 등 다양하게 품목을 확대하며 각자 브랜드마다 차별성을 확보하고자 애쓰고 있다. 찹쌀, 맵쌀, 옥수수 전분 등 사용한 재료 역시 프랜차이즈마다 상이하여 과거 단순한 공정으로 만들어 가볍게 팔던 꽈배기의 모습에서 벗어나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듯한 노력이 엿보인다.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어릴 적의 향수를, 어린아이들에게는 부담 없이 달콤하고 바삭하게 즐길 수 있는 보편적인 맛을 선사하는 꽈배기. 이런 꽈배기 전문점이 성황리에 인기를 끌고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이유는 전 연령대를 주 고객층으로 삼을 수 있어 20~30대 여성들을 위주로, 일부 번화가에서만 매출을 확보 받을 수 있었던 다른 디저트, 간식 류에 비해 원한다면 1~2평 이내의 소규모 창업이 가능하며 가격대 역시 500원~2000원대 평균가로 설정하여 손쉽게 소비자들의 소비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창업 비용 역시 1억 미만으로 가능하기에 최근 경제 불황과 취업난 등으로 인해 생계형 창업이 필요한 사람들이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분야로도 손꼽히고 있다.

'유행은 돌고 돈다.' 디저트업계에서도 한 때는 케이크 한 조각에 6000~9000원에 가까운 고급 해외 수입 과자, 케이크 등이 유행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진입 장벽을 낮추고, 좀 더 많은 고객들을 확보하여, 세대를 아울러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런 꽈배기 전문점이 늘어나는 것 또한 한 때의 유행이라 할지라도 꽤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튜버월드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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