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 사피엔스’ 핸드폰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하정우 해킹사건

신재철 기자 승인 2021.02.21 15:44 의견 0

‘포노 사피엔스’ 인류 최초의 컴퓨터가 개발되고, 이후 이 컴퓨터를 국가나 기관이 사용하는 것에서 벗어나 개인용 컴퓨터로 만들 수 있다는 꿈을 꾸기 시작한 빌 게이츠, 그가 만든 작은 모니터와 키보드로 이뤄진 최초의 데스크톱 컴퓨터는 인류의 삶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신세계로 인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이제 그 개인용 컴퓨터는 들고 다닐 수 있는 노트북 컴퓨터로, 노트북 컴퓨터에서 A4 용지만한 크기의 태블릿 PC로, 그리고 이제는 누구나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는 ‘포노 사피엔스 =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지혜로운 인간’ 이라고 불리는 신인류가 되었다. 책을 들고 다닐 필요도 없으며, 은행이나 필요한 어느 장소도 직접 갈 필요가 없으며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다른 어떤 것도 이용할 필요가 없다. 우리 스스로가 원한다면 말이다. 바로 그 모든 것이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하나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토록 편리한 스마트폰 세상은 새로운 위험 속에 인류를 몰아넣고 있다. 바로 무궁무진한 정보와 접근성, 편리함의 늪이다.

몇 년 전에는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 제니퍼 로렌스의 스마트폰 클라우드가 해킹을 당하며 누드 사진을 비롯한 개인적 사생활이 노출되기도 했다. 작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준영씨 관련 사건을 떠올려보자. 당시 정준영씨가 자신의 지인들과 함께 사용하던 스마트폰 메신저의 단톡방에 올려진 글과 정보가 발단이 되어 그 사건을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 단톡방에 소속되어있던 단 한 명의 멤버가 스마트폰 수리를 정비하는 곳에 맡기면서 정보를 유출시킨 것이었다. 그런가 하면 스마트폰을 분실하지도, 누군가에게 맡기지도 않았는데도 스마트폰 안에 있던 메시지와 사진 등이 모두 유출되는 ‘해킹 사건’으로 인해 곤욕을 치른 주진모씨 해킹 사건도 바로 최근에 있었다. 그리고 이번, 다시 한 번 스마트폰과 관련된 해킹 이슈가 실시간 검색을 장악하며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번엔 영화배우 하정우씨의 스마트폰이다.

특히 이번 하정우씨 해킹 사건이 특이한 점은 지난 몇 번의 해킹 사건에서 불미스러운 사생활이 드러나면서 이미지의 타격을 입었던 연예인들처럼 하정우씨의 스마트폰이 해킹, 협박당했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생각했던 루머를 하정우씨 본인이 해커와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불식시켰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해킹이나 사생활 자체보다 이것이 공개되었을 때 타격을 받는 연예인의 약점을 이용한 범죄였고, 이를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로 경찰과 공조하여 적극 해커와의 대화를 공개했던 하정우씨의 행보에 대해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해킹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드는 의문은 ‘대체 어떻게 너무나 개인적인 물건이며 늘 몸에 소지하고 다니는 스마트폰을 통한 해킹 사건이 이렇게 자주 일어나는가?’ 일 것이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 쉽다. 우리가 가진 스마트폰은 결국 인터넷과 각종 정보 통신의 산물이며, 어딘가의 가상의 공간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아이폰, 갤럭시, 어느 통신사, 제조사의 제품을 사용하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스마트폰에 저장한 정보가 불의의 일로 없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한다. 그리고 그런 허점을 이용해 상대방의 스마트폰 안에 있는 ‘대중에게 알리고 싶지 않고, 알려져서는 안 되는 사생활을 빌미로 거액을 요구하는 협박 범죄 역시 갈수록 늘어난다는 점은 우리가 이 사건을 그저 지나가는 스캔들 정도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누구에게나 공개하고 싶지 않으며,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사생활이 있고, 이는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 다수의 대중에게 꼭 바람직하고 부끄럽지 않은 사생활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며, 그것을 개인개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대중의 도덕주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잘못된 해킹이라는 불법적 수단을 이용해 누군가를 협박하고 금전을 요구하는 이런 식의 범죄는 다시는 벌어지지 않기를 바래 본다.

유튜버월드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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