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주말, 점심을 잘 먹고 오랜만에 ‘동네 산책이나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 미세먼지 주의경고 문자가 오다가 안 오는 날에는 왠지 밖에 나가 놀지 않으면 억울하고 손해 보는 기분이 드는 것 같아서 일까? 그래서 아직 개나리도 움트지 않은 동네 길을 걸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길에 유독 이삿짐 차가 많았다. 안 그래도 넓지 않은 골목길인데 이런저런 가구들이 놓여있었다. 사람들이 세간살이를 옮기는 이사 풍경을 보니 ‘아 봄이 왔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새 집에 들어가는 설렘과 ‘낯선 새 동네에 적응할 수 있을까?’하는 어색함, 그런 감정들이 있을 저 ‘새 이웃’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옛날 황정식 기자의 이삿 날이 떠오르기도 했다.
황 기자가 지금 살고 있는 김포로 이사왔을 때, 황 기자는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사람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실용주의 가구의 대표주자 ‘이케아’의 가구를 주문하게 됐다. 함께 쇼룸에서 보았던 가구들은 예쁘기도 했고 가격도 괜찮아 보였다. 그래서 함께 가구 몇 개를 골라주면서 주문했는데, 막상 가구를 집안으로 옮겨 놓았을 때는 조금 당황스럽긴 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조립 부품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저 가구를 보니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몇 시간동안 나는 황 기자를 거들며 끝내 모든 가구를 조립해 내고야 말았다.
그렇다, 이케아는 예쁘고 가격대비 실용적인 좋은 가구였지만 조립을 사용자가 해야 한다. 나 같은 ‘조립능력 없음’ 사람이 쉽게 사서는 안 되는 가구이다. 그리고는 두번다시 이케아 가구를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요즘은 유튜브 채널에서 이케아 가구를 조립하는 영상이 자주 올라오곤 한다. 그리고 한편의 가구조립 영상을 보며 과거의 모습을 떠 올려보게 됐다. 이번 영상은 ‘브롱부부의 이케아 식탁 조립기’이다. 이 영상은 나의 옛 추억을 떠올리며 웃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슬픈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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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채널 ‘브롱부부잘먹고 잘살기’의 <이케아 덕후! 이케아 식탁 슬레훌트 조립기~※목숨주의 ㅋㅋㅋ>편 1만명 가량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이 채널은 소소한 재미를 준다. |
유튜브 채널 ‘브롱부부의 잘먹고 잘살기’라는 이 채널을 구독하게 되었던 것은 사실 이런 영상을 보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 ‘수미네 반찬’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따라 만들어보고 싶은 반찬이 있어서 좀 쉽게 설명해 놓은 영상을 찾던 중 발견한 채널이었다.
다른 유튜브 채널처럼 음식을 만들고 레시피를 보여준다는 것은 거의 비슷했다. 단지 이 채널에는 브롱부부님의 할머니를 단장이라고 부르면서 할머니 레시피를 자주 소개한다는 것이 약간 특이한 점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처럼 봄이 되어 밭에 나물이 가득 돋아나면 할머니는 언제나 그 주름진 손으로 아직 얼어 차가운 땅에 돋은 버금자리며, 냉이, 쑥 같은 나물을 뜯어다가 손주들 준다며 된장에 잔뜩 무쳐주시곤 했다. 그런 추억이 이 채널의 음식 레시피 영상을 보면, 단장님의 주름지고 정겨운 손을 보다 보면 느껴지곤 한다.
소박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작은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나 역시 나의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봄날이다.
[유성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