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기억에 우리 엄마는 계절마다 시장에 가서, 어느 날은 커다란 양파 한 망, 어느 날은 커다란 마늘 한 두 접, 또 어느 날은 매실 몇 바구니, 이런 식으로 많은 양의 야채나 과일을 사오시곤 했다.
그리고 그런 날이면 온 가족이 모여서 ‘대작업’을 하는 날이었다. 마늘 껍질을 벗기고, 매실 꼭지를 따서 4등분을 하고, 그렇게 두런두런 앉아서 엄마가 하려는 이 대업에 손을 보태고는 했다.
물론, 이런 기억들은 나에게 늘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조금만 지나면 마늘이며 온갖 야채 냄새로 범벅이 되고, 쪼그려 앉아 쪽파를 다듬다보면 이내 허리가 아프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런 작업을 끝내고 나면, 그 날 저녁 밥상은 온갖 반찬들 덕에 푸짐했다. 그리고 언제든 꺼내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장아찌들이 우리 집 다용도실에 가득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이제는 독립을 하고, 성인이 된 후로는 그 맛있는 장아찌며, 제철 야채로 만든 것들은 자연스레 내 밥상에서 보이지 않는다. 엄마는 여전히 그 많은 것을 시장에서 낑낑대며 식구들을 위해 사 오시지만, 정작 내가 성인이 된 후로는, 거쳐야할 과정의 문턱이 너무 높아보여서 포기해 버리고 만다.
‘제철음식’ ‘제철 식재료’ 한때, ‘로컬푸드’ 열풍이 불면서 이런 제철 식재료를 사서 먹어야한다는 바람이 불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바삐 살아간다는 핑계 때문인지, 지금 시기에 어떤 것이 제철 식재료인지 분간이 안 갈 때가 많다.
옛날을 생각해보면, 엄마가 시장에서 장봐 온, 그 양파 한 망이 무엇이 길래, 우리 엄마는 그 것을 가족들에게 먹인다는 생각에 흥이 나셨을까? 그런 엄마의 모습을 생각하게 하는 영상, 갑자기 나타난 백종원씨의 유튜브 채널 ‘백종원의 요리비책’ 은 나에게 의외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였다.
사실, 이 채널은 만들어 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미 200만 명이 넘는 구독자수를 가지고 있고, 그 파급력 또한 엄청나다. 이미 다른 포털 사이트에서 이 채널에 대한 기사를 여럿 봤으니 말이다.
‘100인분 감자샐러드 만들기’ ‘제육볶음 100인분’, 백종원 레시피라는 말만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롭게 올려지는 이 유튜브 채널은 언제부터인가 나 역시 단골 구독자가 되어 있다.
백종원씨는 이미 TV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지만, 유튜브 채널은 또 다른, 색다른 느낌을 갖게 된다. 특히 ‘100인분 만들기’라는 스케일은 그저 놀랍고 흥미로운 영상들이었다. 그런가하면 이번 주에 자주 올라오고 있는 테마 재료인 ‘양파 레시피’는 꽤 유용하고 재미있는 시리즈였다.
어릴 때 엄마의 양파 장아찌를 떠올리며, 백종원 그 만의 ‘만능 시리즈’ 양파편이 매우 반가웠다. 내가 좋아하는 양파, 지금이 햇양파 철이라 그냥 잘라서 씻어 먹기만 해도 단 맛이 난다. 하지만 싸다는 것을 알면서도 망 체 사지 못하는 것은 역시 나의 자신감의 한계였다.
조금 색다른 양파 레시피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 또는 나처럼 양파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싸다고 사봐야 무얼 해먹을지 모르겠는 사람들에게 이 채널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 이번 양파 스프 레시피는 내가 좋아할만한 요소를 모두 갖춘 영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레스토랑 같은 데서나 나올법한 고소한 양파 스프, 은근히 간단한 레시피인데도 그 맛이 나지 않는 것 같아 시도를 해 보지 않았지만, 곧 다가올 장마철에는 아주 유용해보이는 음식이었다. 따뜻한 양파 스프에 바삭하게 살짝 구운 바게트 빵을 녹녹하게 불려 먹는 맛, 그 맛을 아는 사람은 늘 찾게 될 달콤한 맛. 음... 한번 도전해 볼까?
[헤모라이프 유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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