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집 안에서 쉬는 날, OTT로 온갖 재미있는 콘텐츠를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가끔은 그저 자연의 소리가 나오는 영상을 틀어놓고 싶은 날이 있다. 새 소리, 풀 소리, 나무에 바람이 스치는 소리, 요리하는 소리 그런 것들로 채워져 사람 소리는 나지 않는 그런 영상들, 요즘 그런 영상들을 몇 개 찾아보다 보니 유튜브 알고리즘이 내게 아주 흥미로운 채널을 소개해주었다. 바로 베트남 사진작가 ‘ Thuy’
“나는 발코니를 녹색 안식처로 바꾸는 여행을 시작했다. 몇 달 후, 나는 정원을 가꾸는 것이 단지 몸 뿐만 아니라 정신을 기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십수 년째 독일의 한 시골에 살고 있다. 그녀의 남편 T, 사랑스러운 딸 알렉시아, 평화로운 유럽 시골에서 딸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텃밭과 꽃을 가꾸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 자체로 힐링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의 삶이 아무리 복잡하다고 해도 결국 저런 모습이 가장 행복한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사진작가이다 보니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기는 하지만 자신은 시골에 살 수밖에 없다며 집과 가족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는 모습, 처음엔 소개 채널에 한국어 소개가 없어 정체가 궁금했는데 검색해보니 의외로 우리나라 사람 중에 채널의 팬이 많았다. 한글 자막도 나오는 데다가 아마 천연재료로 관리한다는 그녀의 탐스러운 머릿결, 과일껍질 같은 오로지 자연에서 난 재료들로 직접 만든 퇴비로 키우는 채소와 작물들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한다. 더불어 베트남인이기에 아시아의 감성이 더해진 유럽 느낌의 영상이 오묘한 매력을 끌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재미있었던 점은 이렇게 오로지 자연에 기대어 살 것 같은 그녀의 인스타를 보면 ‘BTS’ 팬이라는 사실이다. ‘집’이라는 공간에서는 오로지 자연의 흐름에 기대 살며 건강한 가족과의 삶을 추구하지만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기도 하고, 사진작가로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모습도 매력 있게 다가오는 부분인 것 같다.
‘느림의 미학’ 난 왠지 그녀의 채널에서 그런 것이 느껴졌다. 마트에 가면 1분이면 살 수 있는 호박 하나, 버섯 하나를 여름에 수확하기 위해서는 그 전해 가을부터 땅을 고르고, 버섯이 자랄 나무를 골라 준비하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씨앗을 심는다고 바로 열매를 맺는 작물은 없다. 몇 달에 걸쳐 당장 얻을 수 없는 채소를 위해 물을 주고, 비바람을 살피며 돌본 다음에야 비로소 그 값진 것들을 얻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런 자연의 흐름에 몸을 기대 사는 것에 익숙해 보였다.
기다린 만큼 값지고, 하나하나 소중하게 생각하며 먹는 것, 그런 엄마·아빠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는 얼마나 자연에 감사할 줄 아는 온화한 아이로 자랄까?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
더불어 재미있는 점은 이 채널의 이름에 담긴 뜻이었다. 사실 채널 초반부터 그녀가 독일의 한적한 시골에 살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엔 임대 아파트에 살았는데 그 임대아파트의 공간이 78m2의 집안과 8m2의 발코니로 이뤄져 있었기 때문이라 한다. 당시 영상을 찾아보면 처음엔 텃밭이 아니었던 발코니에 처음 나무상자를 만들고, 채소를 심어 가꾸던 모습이 있는데, 이후 시골 정원이 있는 마을로 이사를 와서 더 큰 텃밭을 만들게 된 것 같다.
단순하고 느린 삶, 오로지 나의 가족과 아이의 성장에 집중하는 삶, 어쩌면 자연의 소리를 더 듣고 싶어하는 나의 마음도, 자연 속에서 살 수밖에 없다는 Thuy의 말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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