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의 곱창밴드, 패션의 트렌드가 되다

뉴트로 열풍타고 복고 아이템 인기몰이

유성연 기자 승인 2021.07.04 22:32 | 최종 수정 2021.07.05 04:03 의견 0

’ 90년대가 뜨고 있다.‘

90년대 초~중반 신촌이나 홍대, 대한민국에서 트렌디한 사람은 다 모였다는 번화가 사진을 지금 다시 보면 30년이 지난 옛 사진임에도 왠지 모를 친숙함과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 이유, 왜일까?

코에 살짝 걸친 것 같은 작은 선글라스, 상체에 딱 달라붙게 입는 컬러풀한 티셔츠, 상대적으로 펑퍼짐하고 약간 오버사이즈된 것 같은 통 큰 데님 청바지, 이것이 바로 최근 다시 유행하기 시작한 패션 트렌드인데 90년대에 젊은이들 사이에 엄청 유행했던 트렌드였다. 90년대, 삐삐에서 핸드폰으로 넘어오던 그 아날로그의 감성이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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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떄 그시절 추억의 복고패션

그렇다고 해서 90년대에 부르던 명칭을 그대로 쓰거나 아주 예전에나 입었던 것 같은 옷을 옷장에서 주워 입어서는 안 되는 게 나름 ’트렌드의 국룰‘ 이다. 핵심 포인트는 90년대의 감성을 따라 하는 것이지, 정말 그 시대의 촌스러움을 그대로 모방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약간 다른 것, 바로 요즘 가장 ’핫‘한 패션 아이템으로 꼽히는 헤어 스크런치 역시 그렇다. ’헤어 스트런치?‘라고 하면 우리 같은 예전 세대들은 ’그게 뭔데?‘ 라고 반응한다. 하지만 ’김희선의 곱창 머리끈‘이라고 하면 100명 중 90명 이상은 무엇인지 바로 알아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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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선 머리끈으로 알려진 곱창밴드

십대 시절 한 번쯤은 김희선 언니 머리를 따라 하다가 아직도 버리지 않고 둔 곱창 머리끈이 집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걸 그대로 머리 묶는 용도로 하고 나와서 ’요즘 이게 최신 트렌드라며?‘ 라고 한다면 무척 곤란해진다. 분명 같은 아이템이지만 모양도, 무늬도, 용도도 다르니 말이다.

1998년, 김희선 씨가 드라마에서 착용했던 쭈굴쭈굴 곱창 머리끈은 주로 체크무늬나, 파스텔 톤, 알록달록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색과 디자인이 주를 이뤘다. 무늬도 체크, 격자, 스트라이프나 꽃무늬 정도였다. 한 손에 다 들어오기도 어려울 정도로 주름도 컸고, 머리에 하면 어디에서나 묶었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튀었다.

하지만 2021년의 ’헤어 스크런치‘는? 명품 패션 브랜드의 로고가 박히고, 은색이나 로즈골드, 블랙 등 럭셔리한 컬러로 세련미를 살렸다. 베르사체나 샤넬에서는 스카프를 잘라서 만든 것 같은 실크 소재의 스크런치가 나오기도 했는데, 예전 곱창밴드 하나에 천원, 이천원 이었다면 이런 명품 스크런치의 경우 12~15만 원대를 호가한다.

그런가 하면 사이즈 역시 작아져서 머리를 묶는 용도로도 쓸 수는 있지만 일반 밴드에 비해 약간 커진 수준이라 주로 손목 같은 데 팔찌처럼 차고 다니면서 옷 전체의 느낌을 살려주는 포인트로 쓰는 경우가 많다.

사실 가수 아이유나 블랙핑크 제니, 레드벨벳의 조이 등 걸그룹 멤버들이 작년 무렵부터 SNS에 스크런치를 착용하고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유행을 타기 시작했는데, 해외에서는 셀레나 고메즈 같은 셀럽들이 2017년 무렵부터 간혹 착용하던 아이템이었다. 그런 것을 보면 꽤 오래 유행을 이어나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 이제 어느덧 그 곱창 머리끈을 하던 김희선씨가 중년의 여배우가 되었고, 여전히 서랍 깊숙한 곳에 예전에 쓰던 곱창 머리끈을 간직하던 아이가 엄마가 될 만큼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다시 돌아온 곱창머리끈처럼 다음 돌아올 우리의 추억은 무엇일까? 가끔은 소소한 일상 속에서 추억을 소환해 보는 것도 삶의 즐거움이 되는 것 같다.

유튜버월드 유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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