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오보청? 항공사 소송논란

신재철 기자 승인 2020.08.11 02:44 의견 0
 

국내 항공사들이 기상청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흔히 벌어지지 않는 광경이 벌어졌다. 소송 금액 역시 수십억에 달해서 꽤 큰 이슈가 되었다. 특히 요즘 잦은 태풍과 기상 이변으로 인해 국민적 신뢰감이 바닥인 기상청에 관련된 이슈였기에 사람들의 관심 역시 높았다.

날씨를 관측하는 기상청, 하지만 이런 소송 논란에 기상청을 편드는 이들이 적어보인다. 오히려 “기상청에 그렇게 많은 예산을 주다니, 아까울 만 하네”라는 반응이 보일 정도였다. 대체 왜 그렇게 국민들이 기상청을 신뢰하지 못하고 조롱하게 된 것일까? 
 
이번 항공사들의 수십 억대 기상청 소송 이슈는 얼마 전 제주에 상륙했던 태풍 ‘다나스’가 결정적 시발점이 되었다. 기상청은 ‘다나스’의 북상으로 인해 많은 비와 강풍이 불 것이라고 예보했다. 그리고 항공사들은 무려 174편의 항공기 운항을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정작 당일이 되자 이착륙에 지장을 줄 정도의 강풍은 불지 않았고 이로 인해 항공사들이 감당한 손실은 17억 원에 달았다. 

한번 뜨고 내리는 데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항공기 운행, 하지만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고, 한 번이라도 사고가 날 경우 대형 참사를 피할 수 없기에 항공사들은 날씨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매해 기상청을 상대로 사용료 명목으로 23억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음에도 제 값을 하지 못하고 걸핏하면 오보를 전달해 막대한 손실을 끼쳐온 것도 사실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누가 항공사 오너라 할지라도 언젠가는 터질 문제였다고 하는 반응이 대다수일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이번 기상청 소송 사태 뉴스를 보고 작년 ‘솔릭’ 태풍이 불어왔을 때가 불연 듯 떠올랐다. 당시 솔릭의 북상으로 인해 큰 피해가 몰아닥칠 것이라고 온갖 언론에서 대서특필 했고, 내 기억으로 거의 모든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들이 휴원하고, 태풍을 대비하고자 각 지자체에서 사용한 비용만 해도 막대했었다. 하지만 막상 당일이 되자 솔릭은 큰 피해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그리고 휴원, 휴교로 인해 부족해진 수업 시수를 메꾸기 위해 전국 거의 모든 학교들이 학사 일정을 재조정하느라 진땀을 뺐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기상청의 오보로 인한 피해와 손해가 이번 ‘다나스’ 의 상황이 처음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이런 문제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근 몇 년간 기상이변과 환경 변화로 인해 한반도 역시 지진이나 자연재해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그만큼 기상청의 정확한 기상 예측과 대비는 우리에게 삶의 터전을 지키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매번 ‘원래 기상이라는 게 완벽하게 예측하기 어려운거야.“ 라면서 지나치기에는 너무 잦은 오보가 발표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소송을 맡은 재판부는 1심에서 기상 정보를 만드는 비용이 크기에 기상 정보 이용료를 올려 받는 기상청의 제안은 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오보를 근거로 재판을 다시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소송이 불거진 것 자체도 안타까운 일이거니와 이 와중에도 항공사 입장에서는 기상청의 협조와 정보 제공을 포기하고는 비행기를 운행할 수 없다는 것도 고려해보아야 할 사안이 아닐까 한다. 결국 협력할 수밖에 없는 사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 서로의 과오를 인정하고 어느 정도 선에서 협의점을 찾는 것도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상청의 잦은 오보에 대해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 역시 빠른 시일 내에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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