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브이로그] 적도의 밤 - A320 Cockpit view in 4K

유성연 기자 승인 2020.04.29 18:10 | 최종 수정 2020.05.11 07:44 의견 0

얼마 전, 친구와 이야기를 하던 중,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안 좋다는 이야기를 자연스레 하게 되었고, 이를테면 ‘봄 옷, 신발 파는 사람들 엄청 힘드시겠다. 날씨가 이래서 나들이 철인데 바깥에 나가는 사람이 없잖아. 누가 옷을 사려 하겠어?’ 라는 이야기. 그리고 문득 ‘그러고 보니, 마음껏 바깥에 나가 하늘도 보고 꽃도 보고 놀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최근 확진자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이동제한 조치도 완화되면서 많은 분들이 꽃놀이며, 봄을 만끽하고자 나들이를 가신다는 소식도 들었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봄을 기다리던 사람들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만큼 피고 지는 유채꽃이며,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 산수유가 아깝고, 보고 싶었던 때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참, 사람이란 어리석은 존재인 것을, 매년 보던 봄 꽃인데도 유독 올 한 해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안타깝고 아까워 아쉬움이 이렇게 커진다. 그래도 일단은 걱정스럽기도 하다. 괜히 꽃 보고 싶다고 나갔다가 나 하나, 누구 하나가 모여 사람이 많아지면 겨우 진정되어가는 코로나가 다시 늘어 날까봐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역시 오늘도 집 근처 꽃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그래도 파란 봄 하늘은 참 보고 싶다. 그런데 문득 유튜브 알고리즘이 내 재생 리스트에 ‘조종사 브이로그’ 라는 것을 올려주는 것이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내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며 ’조종사도 유튜브를 하는구나?‘ 라는 신기함에 들어갔는데 웬걸, 이미 9만 명이 넘는 구독자까지 있었다. 사실 승무원이나 항공사 관계자가 아니면, 공항에서 잠깐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뵐 뿐 언제 볼 수 있겠는가. 조종하는 ’콕핏‘ 같은 곳은 아마 죽을 때까지 들어갈 수조차 없겠지?’ 그래서 콕핏 안에서 조장사가 뭘 하는지 보고 싶은 마음으로 영상을 클릭해보았다.

이 채널에는 실제 조종사로 근무하시는 분이, 콕핏 (조종실) 내에서 보는 여러 하늘의 장면이 찍혀 있다. 물론 하늘이 맨날 같은 파란 색이지 뭐 다를 것이 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이렇게까지 많은 영상으로 올릴 정도로 모두 다른 에피소드라도 있는 걸까?’ 라는 의아함도 들었다. 그런데 하나씩 클릭해보면서 얼마나 조종실 내에서 긴박하고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지 알 수 있었다. 기상 사정이 안 좋은 날, 적도 부근을 비행하는 날, 밤 비행, 낮 비행, 비행기가 이륙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이해하기 편하게 자세하게 자막으로 알려주시는 것도 생각보다 소소한 재미를 주고 있었다.

비행기를 해외여행을 갈 때 물론 몇 번 타본 적은 있었지만, 그때마다 작은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의 광경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구름 저 아래에서 보기만 하던 작은 내가, 이제는 구름과 구름 사이, 이렇게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느낌.

늘 다니던 커다란 길이나, 높이 고개를 들어 쳐다보던 건물들이 레고 블록처럼 아주 작게 느껴진다. 여행을 떠날 때에는 ‘이제 정말 떠나는구나.’ 라는 생각.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보면 ‘벌써 여행이 끝났구나.’ 라는 아쉬움이 들었었다.

그리고 ‘정말 지구가 둥글구나.’ 라는 것을 실감하곤 했다. 하늘과, 멀리 보이는 작은 지구 표면의 모습은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이며, 우주 안에 사는 존재라는 것을 실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 이륙하고, 착륙할 것임을 알면서도 왠지 이륙, 착륙을 할 때마다 혹시나 추락하거나 무슨 사고가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라는 약간의 두려움을 가졌었는데, 조종실에서 보는 하늘의 광경은 작은 창으로 볼 때랑은 전혀 다른 감동을 주었다. 마치 정말 하늘을 내가 날아가는 것 같은 느낌?

물론, 진짜 하늘을 마음껏, 모여 볼 수 있는 날이 더 좋은 날이겠지만, 이렇게 나마 평소 보던 하늘과는 다른 하늘을 영상으로 보는 것도 꽤 큰 재미를 주는 것 같다.

유튜버월드 유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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