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일본 오사카에 여행을 갔을 때, 오사카 지역에 에도시대에 지어진 성을 구경할 일이 있었다. ‘성’이라는 말에 꽤 큰 기대를 가지고 방문했던 그 때, 하지만 성 안에 들어가서 한 층을 구경하자마자 나와 내 친구는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바로 ‘이렇게 좁은 계단, 방 안에 사람이 살았다니’라는 놀라움, 그 좁은 공간에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곳과 옷장, 이불장 공간까지 마련한 공간배치의 탁월함이란, 옛 사람들의 지혜를 생각하지 못한 일본 역사 속에서 발견했다는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그 작고, 오밀조밀한 주택 형태를 자주 듣게 된다. 최신 건축 트렌드라고 하던데, 그러고 보니 ‘구해줘 홈즈’ 같이 집 구해주는 부동산 프로그램에도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유튜브에까지 ‘협소주택 전용’ 채널이 등장했다.
이른바 ‘안협소’라는 안락하고 협소한 곳이라는 뜻일까? 사실 이 유튜버는 본인이 천정부지로 높은 집값 속에서 자신의 집을 가지기 위해 스스로 협소주택을 짓고 사는 분이다. 직접 구식 한옥을 싸게 매입하고, 땅을 마련하고, 건축회사를 통해 시공을 한 후 실제 거주 중이시라고 한다.
그리고 스스로 살아봤기에 협소주택 거주자가 무엇이 불편한지, 무엇이 편리하고 금액적으로 효율적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이유가 있어서인지 나는 이 채널에서 단지 집을 소개해주는 부동산 광고 채널들과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협소주택에 관해서만은 믿고 추천 혹은 비추천 받을 수 있는 채널인 것이다. 협소주택에서 살아보는 것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꼭 한번쯤은 이 채널을 통해 내가 어떤 협소주택을 골라야 하는지 조언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협소주택’은 말 그대로 작은 공간 내에 지어진 주택을 말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이 주거 형태가 등장한 것은 몇 년 되지 않았다. 물론 여러 유명 건축가들이 새로운 주거 형태라고 해서 간간히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소개하기는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무래도 집은 넓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한국 사람들의 정서에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없어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반면 아무래도 일본 같은 경우 주거지역으로 사용하는 곳이 제한적이고, 서울 못지않게 땅값도 비싼 곳이 많다 보니 사람들이 집값에 대한 부담이 서울만큼 크기에 집을 짓던 중 이런 새로운 형태가 등장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게다가 워낙 일본은 작은 것을 잘 만드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어서일까? ‘협소주택’이라는 말 자체가 왠지 일본이라는 나라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 체, 내 머릿속에서 협소주택은 이후로도 일본식 주택이라는 말과 동일시되어버렸다.
그리고 여러 부동산 정책과 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역시 도쿄, 일본만큼이나 부동산 시세가 높고 집값이 비싸지다 보니, 우리도 이제 이 협소주택 형태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하는 것 같다.
대체로 협소주택을 짓는 지역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작게 남아 무언가 건물을 세우기에는 애매해서 용도 없이 비어 버린 땅에 짓거나, 사거리 구석, 귀퉁이에 10평 이하의 협소한 공간이다. 10평 이하라고 하면 최근 지어지는 대부분의 원룸들이 그 정도 규모로, 그다지 작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 사는 원룸 형태로는 괜찮은 크기라도 한 가족이 사는 ‘주택’ 이라면 분명 크고 여유 있는 크기는 아니다. 그러다 보니 협소주택을 위로 높게 3~4층 이상을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치 좁은 공간에 퍼즐을 맞추듯 주거에 필요한 공간들을 배치한 협소주택, 작지만 아늑하고, 필요한 것이 벽과 틈새 공간마다 숨어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 요즘 같이 ‘내 집’ 가지기 어려운 시대에, 이런 주택에 대해 집중해서 소개해주는 채널도 매우 유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튜버월드 유성연 기자
[저작권자 ⓒ유튜버월드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