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의 타이틀을 스스로 벗어던지려 했을 때, 사용자들은 격렬한 거부 반응으로 화답했다. 15년 만의 대규모 개편 이후 쏟아지는 불만과 앱 '1점' 리뷰 폭탄, 그리고 5일 만에 10% 넘게 급락한 카카오 주가는 이 거부감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단순한 기능 변경을 넘어, 카카오톡이 본질적인 정체성을 뒤흔드는 시도를 하자 시장과 사용자가 동시에 등을 돌린 것이다.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은 명확했다. 카카오톡을 단순한 메신저 앱의 지위를 넘어, 소셜 미디어 플랫폼(SNS)으로 확장하겠다는 야심이었다. 첫 화면인 '친구' 탭을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게시물 피드 형식으로 바꾸고, '지금' 탭을 신설해 숏폼 동영상과 광고를 집중적으로 배치한 것이 그 증거다. 이는 사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고, 숏폼과 연계된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플랫폼 기업의 전형적인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 전략은 '메신저'라는 카카오톡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

가장 큰 불만은 사용자 경험(UX)의 파괴에서 나왔다. 예전에는 전화번호부처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던 친구 목록에서 원하는 상대를 즉각 찾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의 근황 게시물 사이를 헤매야 하는 피로감이 발생했다.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사람이나 상사의 프로필 사진이 피드 상단에 불쑥 등장하는 것은 사용자들에게 사생활 침해와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메시지 보내려고 들어왔는데, 불필요한 정보와 광고에 둘러싸여 길을 잃었다"는 호소는 메신저의 본래 기능이 뒷전으로 밀려났음을 의미한다. 과거의 내 프로필 사진이 피드에 갑자기 재등장하는 시스템 오류는 이러한 불편을 가중시키는 결정타가 되었다.

숏폼 영상과 광고 강화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특히 학부모층에서는 기존 오픈채팅과 숏폼을 묶은 '지금' 탭의 신설에 대해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중독성이 강한 숏폼 콘텐츠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이제 전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 안에 그 유혹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앱 사용의 문제를 넘어, 청소년 미디어 사용 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 문제를 제기한다. 카카오는 소셜 미디어로 진화함으로써 얻으려던 수익 이상의 신뢰 자본을 잃을 위기에 놓인 것이다.

물론 카카오는 프라이버시 보호 설정을 통해 피드 노출을 막는 방법을 제시했지만, 이는 '불편한 기능을 숨기는 방법'일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이번 사태는 플랫폼 기업들이 수익 극대화라는 명분 아래 사용자 편의와 본질적 가치를 간과했을 때, 그 대가가 얼마나 혹독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국민적 기반을 가진 플랫폼일수록, 기능 확장에 앞서 사용자들의 '익숙함'과 '신뢰'라는 무형의 가치를 최우선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채, 카카오톡은 혹독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