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정의 구현'을 내세우며 교통법규 위반 운전자들에게 시비를 걸던 한 인터넷 방송 BJ가 결국 직접 사고를 내고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9월 23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이 BJ는 교통법규를 위반한 차량에 고의로 접근해 시비를 걸다 상대 차량을 들이받은 혐의가 인정되어 벌금형에 처해졌다.

이 BJ는 그동안 자신의 채널을 통해 신호 위반, 끼어들기, 난폭 운전 등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차량을 발견하면 따라가 경적을 울리거나 창문을 두드리는 등의 행동을 생방송으로 중계해왔다. 그는 이러한 콘텐츠를 '정의 구현'이라며 미화했고, 일부 시청자들은 그의 행동에 열광하며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이미 위험천만한 '보복 운전'에 가까웠으며, 언제든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번 사건은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된 사례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동은 단순한 정의 구현을 넘어 타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피해자가 운전 중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는 진술이 있었고, 이는 고의성을 입증하는 근거가 된다"고 판결했다. BJ의 행위는 '도로 위 정의'가 아닌, 또 다른 '도로 위 빌런'으로 규정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시청자들의 관심과 조회수를 얻기 위해 무분별하게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인터넷 방송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의미가 있다. 특히, 타인의 안전을 담보로 하는 콘텐츠는 명백한 범죄 행위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정의'와 '폭력' 사이, 흔들리는 인터넷 방송의 윤리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 방송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 방송은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자극적이고 위험한 콘텐츠가 여과 없이 노출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이 BJ의 사례처럼,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폭력적인 콘텐츠가 버젓이 유통되고, 심지어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재미'로 소비되는 현실은 심각한 문제다.

BJ의 콘텐츠는 법적 처벌을 받기 전까지는 '정의 구현'이라는 명분 아래 많은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는 사회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가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 소비되고 확산되는 위험성을 보여준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들은 이러한 콘텐츠에 대해 보다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자체적인 검열 시스템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BJ는 벌금형 선고 이후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가 쌓아온 '정의의 BJ' 이미지는 이미 산산조각 났다. 그에게 남은 것은 법적 처벌과 함께 시청자들의 차가운 시선뿐이다.

이 사건은 인터넷 방송인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콘텐츠 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는 '조회수'나 '인기'가 아니라, '윤리'와 '책임감'이라는 점이다. 타인의 안전과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콘텐츠는 결국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불법적이고 위험한 콘텐츠가 근절될 수 있도록, 인터넷 방송 업계 전반의 자정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