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참을 수 없다!"
정부의 소셜미디어 차단 조치가 던진 작은 불씨는 거대한 산불이 되어 네팔 전역을 집어삼켰다. 지난 9일, 정부 발표에 꾹꾹 눌러 담았던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이들은 'Z세대의 혁명'이라 불리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지던 불길은 임시정부 총리 임명과 의회 해산 조치로 잠시 진정되는 듯 보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여전히 꺼지지 않는 불씨가 살아있다. 이 모든 사태는 단순한 시위를 넘어, 불안정한 정치와 부패에 맞선 젊은 세대의 절규이자, 끝나지 않는 갈등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번 시위의 직접적인 발화점은 정부의 갑작스러운 SNS 차단 결정이었다. 디지털 세상에서 소통하고 목소리를 내왔던 Z세대에게는 자신들의 입과 귀를 막는 행위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그동안 쌓여온 경제적 불안정과 권력층의 부패에 대한 불만과 결합되며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번져나갔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목소리를 모으고, 오프라인 거리에서 강력한 행동을 보여주며 기성세대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힘을 과시했다. 시위의 주축이 된 Z세대는 네팔 사회의 낡은 구조에 염증을 느끼고 변화를 갈망하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알린 셈이다.
시위의 양상은 상상 이상으로 격렬했다. 수도 카트만두를 중심으로 시작된 불길은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군대까지 투입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는 와중에 심지어 탈옥한 수감자들까지 가세하며 상황은 통제 불능에 빠졌다. 72명의 사망자와 수천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국회의사당, 대법원, 대통령 관저 등 주요 정부 건물들이 불에 타는 충격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인터넷에는 나체 상태로 폭행당하는 재무장관 추정 인물의 영상이 떠도는 등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혼란이 이어졌다. 이 모든 혼란의 결과, 네팔은 14억 달러(약 2조 원)에 달하는 국가 기반 시설 피해를 입으며 물리적으로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절박한 상황 속에서 네팔 정부는 시위를 수습하기 위한 비상 조치를 내렸다. 샤르마 올리 총리가 사퇴하고, 대중적 지지를 얻었던 전직 대법원장 출신인 수실라 카르키가 네팔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로 임명되었다. 그녀는 취임 직후 "어떤 상황에서도 6개월 이상 자리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3월 총선까지 사태를 수습하고 국정을 재건하겠다고 약속했다.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선언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평화가 찾아온 듯한 이면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정치권의 반발이다. 주요 정당들은 "의회 해산과 임시정부 구성은 위헌"이라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는 카르키 임시 총리의 임기 내 국정 운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또한, 시위 과정에서 탈옥한 1만 2500여 명의 죄수들은 아직도 도주 중이며, 이로 인해 전국적인 치안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불에 타거나 파괴된 국가 기반 시설들은 정부 운영에 필수적인 물품조차 당장 구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러한 총체적인 난국 속에서 약속된 6개월의 임기 동안 국정을 안정시키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네팔의 이번 사태는 단순히 정부와 시민의 충돌이 아니다. 그것은 오랜 불신과 부패의 역사가 터져 나온 결과이며, SNS라는 새로운 소통 도구로 무장한 젊은 세대가 기성 정치에 던진 도전장이었다. 현재의 봉합은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언제든 다시 불길은 타오를 수 있다. 이제 모든 시선은 카르키 임시 총리의 행보와 내년 3월 총선에 쏠려 있다. 과연 네팔의 Z세대는 자신들이 피워낸 혁명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그들의 외침은 이제 국제 사회의 화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