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과 시장의 팽팽한 줄다리기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 원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7월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이 기준을 10억 원으로 낮추려 했던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이 결정은 단순한 세법 개정이 아니라,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과 직결된 문제였다. 그 결과는 즉각적이고 폭발적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의 불안을 해소한 증시는 기다렸다는 듯이 치솟았고, 코스피는 사상 최초로 3400선을 돌파하며 '안도의 랠리'를 펼쳤다. 이는 정책의 방향이 시장의 흐름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정부가 당초 ‘대주주 기준 10억 원 하향’을 추진한 명분은 '형평성'과 '세수 확보'였다. 주식 시장에서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세금을 더 걷고, 과세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 명분은 시장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혔다. 매년 연말, 대주주 기준을 회피하기 위해 대규모 주식 매도가 이뤄지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대주주 매물 폭탄'이 터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이는 곧 코스피 전체의 하락을 유발하고, 자본금이 부족한 개인 소액 투자자, 이른바 '개미'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이었다. 3일 만에 1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반대 청원에 동의하며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여론의 반발은 정치권으로도 이어졌다. 지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은 사실상 정책 철회에 대한 신호를 보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정부는 투자자들의 반발과 증시 불안정 우려를 외면할 수 없었고, '대주주 기준 50억 원 유지'라는 최종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정책적 유턴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부 발표 이후 증시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연말마다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웠던 '대주주 매물' 이슈가 사라지자, 투자 심리가 회복되며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됐다. 11일 정부의 발표가 있은 후, 코스피는 4거래일 연속 최고가를 경신하며 파죽지세로 상승했다. 특히 15일에는 사상 최초로 3400선을 돌파하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시장의 열기는 마치 그동안 눌려있던 잠재력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처럼 보였다. 이는 단순히 세법 기준을 유지한 것을 넘어, 정부가 시장의 논리를 수용했다는 신뢰의 증거였다. 투자자들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안심하고 다시 증시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 모든 상승세가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랠리를 '일시적인 안도의 반응'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기업의 실적이나 펀더멘털에 실제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책 효과만으로 증시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이번 결정의 긍정적인 영향이 시장에 충분히 반영되었기 때문에, 추가적인 상승 동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결국 이번 결정이 연말까지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다.
이번 '대주주 기준 유지' 결정은 한국 증시 역사에 의미 있는 한 페이지로 기록될 것이다. 이는 정부 정책이 경제 주체들의 심리에 얼마나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명확한 사례다. 시장을 억누르는 정책은 결국 시장의 반발을 불러온다. 반대로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는 정책은 예상치 못한 활력을 불어넣는다. 앞으로도 정책 당국은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파급 효과를 더욱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