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 석 자가 다시 언론 지면을 장악했다. 10여 년 전, 한 사회를 공포와 분노로 뒤흔들었던 악몽이 마치 끝나지 않는 비극의 서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또다시 외출 제한 명령을 위반하고 전자장치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경기도 안산의 거주지를 네 차례나 무단으로 이탈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법규 위반을 넘어선다. 이는 경고 신호가 아니라, 이미 작동하기 시작한 ‘파괴의 전주곡’이다. 그가 외출을 감행한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가 지켜야 할 법과 사회적 약속을 무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다시금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그림자임을 증명했다. 이번 기소는 단순히 한 범죄자의 일탈을 다루는 것을 넘어, 그를 둘러싼 사법 시스템과 사회 안전망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다시금 조명하게 만든다.

국민적 공분 속에서 조두순은 2020년 12월, 12년의 형기를 마치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당시 법원은 그에게 등하교 시간 및 야간 외출 금지, 음주 금지, 교육시설 출입 금지, 피해자와의 접촉 금지 등 각종 특별 준수사항을 명령했다. 이는 그의 재범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그러나 조두순은 이 족쇄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미 2023년 12월에도 아내와의 다툼을 이유로 40분간 무단 외출을 감행했고, 그 대가로 고작 징역 3개월을 선고받았다. 겨우 3개월. 12년을 복역하고도 변하지 않은 한 인간의 위험한 행태를 제어하기에 3개월이라는 형량은 솜방망이 처벌이나 다름없었다. 재범의 위험성을 인지하면서도 제대로 된 경종을 울리지 못했던 사법 시스템의 허점이 조두순에게는 또다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던 것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검찰은 그의 행동 패턴에 주목했다. 그리고 무단 외출의 반복적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국립법무병원에 정신감정을 의뢰했고, '치료감호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았다. 이에 검찰은 솜방망이 처벌 대신 '치료감호'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치료감호는 심신장애 상태에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나, 마약 등 중독자를 전문 시설에 수용해 치료하는 제도다. 이는 형벌과는 별개의 보안처분으로, 형기가 종료된 이후에도 재범 위험성이 높은 범죄자를 격리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검찰은 그의 재범 방지를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치료감호 판결을 요청하며, 법의 칼날이 단순한 형벌 집행을 넘어 사회 안전의 최전선으로 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조두순 사건이 끊임없이 논란의 중심에 서는 근본적인 이유는 2008년 당시의 판결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재판부는 그의 극악무도한 범행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이라는 이유로 검찰의 무기징역 구형을 무시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당시에도 국민적 분노는 하늘을 찔렀지만, 법은 범죄자의 ‘심신 상태’에 더 주목했다. 그 결과, 우리는 12년 후 출소한 조두순의 지속적인 일탈을 목도하고 있다. 그에게 내려진 가벼운 형벌은 사회적 응보의 정의를 실현하지 못했고, 궁극적으로는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조두순의 재기소는 우리 사회가 한 명의 극악한 범죄자를 제대로 관리하고 통제하는 데 실패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자발찌와 외출금지 명령은 그저 상징적인 조치에 불과했고, 그의 재범 의지를 꺾지 못했다. 치료감호라는 새로운 접근법은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으나, 이 또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법 시스템은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특히 조두순과 같이 재범 위험성이 높은 특수 범죄자에게는 더욱 정교하고 강력한 법적, 사회적 감시망이 필요하다. 단순히 법 조항을 적용하는 것을 넘어, 범죄자의 특성을 깊이 이해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조두순 사건은 더 이상 한 개인의 범죄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짊어져야 할 숙제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계속해서 '조두순'이라는 이름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