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허영만, 단지 만화가라고?

채널, 허영만의 내일 출근 안해...비스트로 당산에서

유성연 기자 승인 2021.06.02 22:22 | 최종 수정 2021.06.02 22:35 의견 0

‘치키치키 차카차카 차카차카 초’ 슈퍼보드 타고 다니는 손오공, <날아라 슈퍼보드> 아마 지금 30~40대 세대라면 이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하지만 그 슈퍼보드 만화를 그린 원작자가 <타짜>, <식객>, <각시탈>, <비트> 같이 장르를 막라하고 다양한 히트작을 써낸 작가와 동일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얼마 전까지 이 모든 작품들을 단 한 명의 사람이 쓴 작품이라는 것을 몰랐다.

만화가 허영만, 하지만 그의 이름을 단지 만화가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가 원작을 그렸던 대부분의 작품이 영화, 드라마화되었고 <타짜>, <식객>, <각시탈>, <비트> 등 거의 모든 작품들이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면서,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내는 작품마다 성공하는 대작가가 되었다.

그런 그의 작품들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단언코 <식객>이다. 영화든 드라마이든 한식과 관련된, 이전에는 잘 몰랐던 우리 음식에 자부심을 가지게 만들어준 작품이랄까. 전국 어디를 여행하든 허영만의 식객에 나왔던 맛집이라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믿고 가보기도 했었다. 그런 그가 몇 년 전부터 TV 프로그램을 기획해 <허영만의 식객 여행> 이라는 것을 시작했을 때, 꾸밈없이 여러 알려지지 않은 맛집들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정말 식객 그 자체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나도 간혹 그 프로그램을 보곤 했는데, 실제 그 지역을 가보고, 먹어보고, 꽤 시간을 들여 알아보지 않는 한 알 수 없을 것 같은 먹거리에 대한 지식이 너무나 풍부하다는 점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전국의 맛집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허영만 작가님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나 연이은 히트작을 가진 대작가라면 당연히 자료조사는 밑에 조수를 쓰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늘 했었는데 그 프로그램을 통해 보았던 허영만 작가님은 정말 우리 고유의 맛과 멋에 진심을 가진 분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했기 때문이다.

▲ 만화가 허영만의 내일 출근 안해 유튜브 채널


그런데 그런 작가님을 유튜브 채널에서 이번에 발견했다. 영상을 올리고 채널을 운영하시기 시작한 것은 꽤 된 것 같은데, 이제껏 추천 영상에 올라오지 않았던데다, 설마 유튜브까지 진출하실까? 라는 생각에 따로 찾아보지도 않았던 탓에 이제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주식이면 주식, 도박이면 도박, 먹거리, 근현대사 독립운동, 언제나 이전에 썼던 작품의 색깔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새로운 작품만 보여주던 그의 방식대로 이번에는 유튜브라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느낌을 주는 듯했다.

‘그렇게나 유명한, 식객을 집필한 작가가 소개하는 맛집은 대체 얼마나 대단한 집일까?’ 하지만 수십만 원은 호가할 것 같은 레스토랑이나 일식당은 채널 안에 없었다. 이번에 올라오는 영상을 비롯해, 채널 안에는 우리 주변의, 정말 평범한 사람들이 갈법한 동네 선술집, 그날그날 주인장이 장을 보고 메뉴를 마련해 내놓는 소박한 가게가 즐비한 채널, 관악구, 마포구, 중랑구, 노원구, 서울 곳곳에 숨겨진 진짜배기 맛집들은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나도 꼭 한 번은 술 마시러 가보고 싶은 곳들이었다.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즐기고, 그 도전에 두려움 없이 뛰어드는 열정, 이제 74세의 작가에게 붙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허영만 작가님의 유튜브 채널을 보며, 그가 왜 그렇게 다양한 주제와 이야기를 쓰면서도 언제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유튜버월드 유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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