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린이의 추석, 며느리들만의 매운맛 독박 노동 예고

유성연 기자 승인 2021.01.11 21:10 의견 0

최근 맘카페와 여성들을 중심으로 가장 화제 되는 드라마 중 ‘며느라기’ 라는 드라마가 있다. 카카오톡 메신저만 사용할 줄 알았지, 카카오가 드라마까지 제작했는지는 몰랐던지라, 처음에는 뉴스 등에 간간히 화제 되는 장면이 기사화될 때마다 ‘이건 어느 방송사에서 하는 드라마지?’ 라는 생각과 함께 넘겨버리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내 유튜브 추천영상 리스트에 이 드라마의 명장면이 몇 개 뜨기 시작한 것이다. 주제는 드라마의 제목처럼 ‘며느라기’ 시어머니와 시댁의 예쁨을 받고 싶은 며느리의 애환, 시댁 살이에 대한 것인데, 한 집안에 들어온 두 명의 서로 다른 성향의 며느리 두 명의 삶을 보여주며, 대한민국의 며느리들이 현재 살고 있는 삶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문제를 논하자면, 나의 어머니, 할머니, 할머니의 시어머니 이야기까지 꺼내 이야기꽃을 피울 것 같은 생각에 ‘이런 주제에 대해 내가 괜히 보기 시작했다가 심각해지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래도 대한민국의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듣고, 또 공감할만한 이야기이기에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재미가 있기에 그 많은 사람들에게 화자가 되고, 또 논쟁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영상은 정기적으로, 그 주에 방영된 드라마의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또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낼만 한 부분을 편집해서 올리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이번에 올라온 영상만 보아도 첫째, 시어머니의 생신상 차리기, 두 번째, 아이 낳으라는 무언의 압박에 대응하기, 명절에 며느리로서 도리를 다하기 위해 제사상을 전담해 차리기, 주변의 어느 가정의 이야기에서든 한 번쯤은 들어본 이야기, 혹은 이제껏 방영되었던 드라마에서 한 번쯤은 보았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참 매력적인 점은 그 흔하디 흔한 주제들을 똑같이 다루고 있고, 변함없는 전근대적인 시댁의 모습을 그려주고 있는데도, 그 전형적인 가정의 모습이 또 보게 되는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아닐까? ‘요새 그런 시댁이 어디있어?’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사람은 각기 다르고, 집안의 가풍도 다르듯, 이런저런 시댁과 결혼생활 이야기가 있듯, 이런 드라마 속에 그려지는 며느리 또한 아직 우리 사회의 일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제 이런 주제까지 여성의 시각에서, 이전에는 다뤄지지 못했던 새로운 시점에서, 좀 더 직설적이고 현실적인 대사와 함께 방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변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우리가 참 많은 부분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것 같다. 더불어 트렌드에 늘 뒤처지지 않았던 카카오, 역시 드라마 제작에서도 TV나 영상제작사에서 만든 드라마 못지않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것 같아보였다.


물론, 어느 가정의 모습이 옳고, 어떻게 며느리를 대해야 하는지, 며느리가 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드라마 속의 서로 다른 타입의 며느리들을 보며 편을 가르고, 논쟁을 하고, 서로 싸울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각자 자란 가정의 모습이 다른 것처럼, 이런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둘째머니르 사린이처럼 착한 며느리가 되겠다는 일념 때문에 무리하다가 지치고 실망하고, 결혼 생활에까지 위기를 겪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면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첫째 며느리처럼 시댁에서도 당당하게, 할 말 다하고, 남편의 뒤에 숨거나 남편과 싸우지 않고 문제를 헤처나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말이다.

어느 쪽이 옳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저 이렇게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 시대를 조명하는 드라마의 출연에 즐거워하며, 이런 사회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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