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집’에 살고 있는 트랜스젠더

클린어벤져스, 청소 헬프미 프로젝트

유성연 기자 승인 2020.08.09 22:45 의견 0

‘식욕억제 전문채널’ 얼핏 보면 다이어트와 관련된 채널인가? 라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이 채널은 한 청소 전문 업체에서 운영하는 채널이다. 

청소 전문? 사실 청소란 그저 내가 하는 것이고, 할 일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청소 전문 업체를 고용하는 것은 이사 직전, 직후의 집을 소유한 집 주인이거나, 회사나 사무실을 운영하는 사람이 고용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런 업체가 있다는 것이 매우 생소했다. 하지만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이 업체를 아주 젊은 청년 사업가가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일반인들도 매우 성황리에 이용하는 인기 업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더욱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서 이 채널을 운영하시는 것 같았다.  

워낙 바쁜 현대인들의 삶이고, 물론 내 집은 내가 청소하면 가장 좋겠지만 세상 모두가 집 청소에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내가 아는 가장 청소를 잘 하는 전문가는 우리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늘 대청소를 하실 때마다 온 집안 식구들의 동선을 전두지휘하시며 이불을 털고, 널고, 밀린 빨래를 하고, 바닥을 구석구석 물걸레질로 닦게 하셨는데, 그렇게 청소를 하는 과정은 매우 힘들었지만, 다 끝낸 후 어머니가 말아주시는 국수 한 사발을 식구들이 함께 모여 먹으며 깨끗해진 집안을 뿌듯하게 바라보곤 했었다. 그렇게 청소란 어찌보면 가장 가족적이고, 개인적인 일 중 하나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예전에는 집 대청소 할 일이 있으면 온 가족이 쉬는 날, 머리를 모아 함께 청소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지만 요즘엔 청소 전문 업체에 의뢰만 하면 된다. 전문가의 손길, 청소에 센스 있는 남자들이 찾아와 몇 시간 만에 전혀 다른 집, 모델 하우스 같은 깔끔한 집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너무 그렇게 따듯하고 소소한 집안 대청소 같은 이 채널에 올려지는 것이라면 사람들이 시간을 들여 유튜브 영상까지 보려 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혹은 청소 전문 업체를 돈 들여 고용할 정도의 집 혹은 사무실 청소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상태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올라오는 영상마다 ‘으악, 정말 사람이 여기서 살았다고?’ 라는 소리를 할 만큼 경악스러운 수준의 ‘청소 미션’ 이 올라온다. 물론, 그렇게까지 더러운 집에 바퀴벌레를 비롯해 벌레 문제가 없을 수 없기에 몇 주 전에는 ‘바퀴벌레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해결해 드립니다.’ 같은 벌레 특집(?)도 올라오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번에 올라온 의뢰인의 집 역시, 그렇게 경악할만한 수준의 집 상태였다. 쓰레기집처럼 변해버린 방안, 곳곳에 지나다니는 바퀴벌레와 온갖 곰팡이가 피어버린 물건들, 원래 어떤 용도로 썼는지조차 알 수 없을 만큼 더러워진 집 안, 하지만 이번 의뢰자의 경우 눈길을 끈 것은 집 안에 가득 쌓인 쓰레기보다 집 벽에 페인트나 스프레이로 써진 욕설과 각종 낙서였다. 그리고 이 청소 어벤져스 군단은 단지 청소만 해주는 것이 아닌, 사연자분께서 왜 이런 집에 살고 계신지에 대해 인터뷰를 잠깐 진행한 후, 청소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는 트렌스젠더로서, 자신의 성 정체성과 가족들과의 관계, 사람들의 시선과 냉대 속에서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고 계신지, 그분의 힘든 사연을 들으면서, 나는 왠지 쓰레기집이라고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냐고만 말했던 방금 전의 내가 부끄러워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물론, 모든 트렌스젠더 분들께서 비슷하게 살고 계신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정신적으로, 현실적으로 힘들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한 번의 청소로 집은 깨끗하게 변할 수 있겠지만 상처받은 의뢰자분의 마음까지 치유해 깨끗하게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한 번의 청소, 깨끗한 집에서 다시금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이런 일은 꽤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깨끗해지는 집 안을 보고, 탁월한 청소 능력에 감탄하며, 이런 채널도 봄직하다고 생각해보았다. 

유튜버월드 유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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