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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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7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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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힘, 미디어와 대중의 관계성, 대중의 심리에 관해 논할 때 반드시 한번쯤은 거론되는 작품 중 <트루먼 쇼> 라는 영화가 있다. 1998년 개봉, 꽤 오래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아직까지 화자 되는 이유는 미디어라는 매체를 통해 사람들의 관음증, 그리고 그 관음증 심리를 이용한 미디어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할 수 있느냐에 대해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트루먼이라는 한 사람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기만 하는 몰래 카메라 같은 TV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사람들, 왜 별 것 없는 것 같은 이런 남의 일상에 그렇게 열광하는지 알 수 없을 것 같다가도 문득 나 역시 상관없는 남의 사생활을 가끔 너무 즐겁게 듣곤 했다는 사실이 떠오르면 그 영화가 단지 영화적 상상력에 의한 가설이 아닌 아주 철학적인 메시지를 주는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관음증과 건전한 관심 그 중간의 어디쯤에 있는 이런 방송, 하지만 최근 대한민국의 방송 트렌드는 바로 이 트루먼 쇼 같은 이른바 ‘관찰 예능’ 이 주류를 이끈다.
<나 혼자 산다.>, <삼시세끼>, <전지적 참견시점>, <효리네 민박>, <미운 오리 새끼>,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 어디 가?> 리스트를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방송, 나열해 놓고 보니 최근 몇 년간 크게 인기를 끌었던 대부분의 예능 방송이 이런 관찰 예능이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이런 예능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연예인의 사생활이든 아이의 사생활이든 일반인의 사생활이든 그것은 ‘관음증’ 같은 이상한 것으로 취급되는 선입견이 팽배했기 때문이었다. 연예인이 평소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은 많았으나 차마 그것을 예능 방송으로 풀어낼 생각은 누구도 하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귀여운 연예인 2세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해 보여주는 예능 방송 한 두 개가 큰 인기를 끌고 성공하면서 관찰예능 장르는 단지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 연예인, 외국인인 일반인, 연예인 아들, 딸을 둔 부모님 등 갈수록 다양해져갔다. 그리고 최근에는 연예인 부부의 사적인 육아나 부부생활 등까지 촬영해 관찰 예능으로 풀어내는 방송까지 채널마다 한 두 개 이상씩은 보이고 있다.
시작은 육아였다. 사생활에 대한 관찰이라는 포맷이 대중에게 줄 수 있는 불편함을 어리고 순진하고 예쁜 아이와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취지로 덮었다. 그리고 가족의 범주, 소재는 점점 폭을 넓히면서 관찰 포인트를 다양하게 넓혀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관찰하지 못할 남의 사생활은 없는 대한민국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까지 한다. 왜 비슷한 포맷과 내용임에도 몇 년 전까지는 이상한 관음증으로 취급되던 이런 방송이 이제는 가장 인기 있는 방송 트렌드가 되어버린 것인가? 그 점에 대해 변한 대중의 심리에 대해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튜브 방송 리스트를 보면 ‘브이로그’라고 하여 유튜버가 하루 내내 무엇을 하고, 먹고, 마시고, 만나는지를 그냥 찍은 영상이 가장 인기를 끈다. 방송에서는 연예인이든 비연예인이든 막론하고 그 사람이 하루종일 뭐하는지 사생활을 촬영한 것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보다 약간 다르게 <삼시세끼> 같은 경우 나름 한정된 공간을 정해두고 하루 내내 무엇을 하는지 보여주기는 하지만 결국 일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은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왜 우리는 남의 일상을 보는 것에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점점 사람들은 혼자 살고 싶어 한다. 1인 가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방송은 다른 이들의 삶을 궁금해 한다. 이 세 가지 사실을 두고 나는 지금의 관찰 예능 방송 트렌드가 현대인이 가진 내면의 외로움과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본다.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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