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빗겨가는 호캉스 여행
더 이상 떠나지 않을 수 없다?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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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2 10:27 | 최종 수정 2021.06.24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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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여행이 어려운 시기, 모처럼 휴가를 받아도 예산처럼 으레 “휴가는 어떻게 하기로 정했어?”라고 묻기 어렵다.
하지만 주변 어느 사람에게 물어보면 최근 1~2년 사이에는 코로나로 해외여행을 못 떠나는 사람처럼 발만 동동 거리는것 보다는 호텔이나 국내에 조용한 지역을 찾아가 쉬고 오겠다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호캉스’ 처음 그 단어를 들었을 때는 ‘그게 무슨 말이지?’ 라는 의아함이 있었으나 요즘 그 말의 뜻을 모르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복잡한 교통편 예약하고 준비해서 기껏 가봐야 온 천지에 휴가 온 사람들로 넘쳐서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돌아온다는 것을 아는 요즘 세대들은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치이는 휴가를 선호하지 않는다.
차라리 서울이나 집 근처 고급 호텔이나 리조트 등을 예약하고 그 한 곳에서 스파와 고급 수영장, 게임과 각종 체험코스 즐기기, 이색 디저트 등을 즐기는 이른바 ‘플레이케이션(playcation)’ 한 곳에서 머물러 즐기는 것을 더 선호한다. 왜 몇 년 사이에 이렇게 휴가 트렌드가 변하게 된 것일까?
물론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를 꼽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몇 가지를 추려보자면 세대의 선호도 변화에서부터 그 시작점을 찾아볼 수 있다고 본다. 서울 남산 바로 밑에 즐비하게 늘어선 최고급 호텔들, 커피 한 잔을 먹어도 비싼 그 곳은 이전 세대들에게는 ‘일부 부자들만의 향유지’ 혹은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이 묵는 곳’이라고 받아들이는 쪽이 대다수였다.
코앞에 내 집이 있는데 굳이 호텔에서 몇 십 만원이나 하는 숙박비를 지불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에게 ‘호텔 = 잠 자는 곳’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세대들에게 호텔은 비단 숙박업소가 아닌 최고급의 서비스와 힐링 아이템들로 가득 찬 새로운 휴가지로 꼽힌다.
복잡하게 차타고, 비행기 타고 멀리 나갈 필요 없이 돈을 지불하고 시원하고 안락한 호텔에서 모든 원하는 ‘쉼’을 누리고자 하는 세대들, 그리고 그에 발맞춰 관광객이 아닌 근처 도시민들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과 코스를 개발하고 있는 호텔업계의 움직임, 우리의 휴가 트렌드는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가장 많은 것을 소비하는 주력 소비자층이며 주변의 유행에 민감하고,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요즘 세대들. 그들은 합리적이며, 시간이나 자신이 가진 것을 낭비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리고 꽤 현실적이다. 해외여행을 마음껏 다니면서 모든 소득을 소비하는 것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않으며, 가족이나 미래를 위한 준비보다는 지금 내가 가진 것 안에서 가장 합리적으로 최대의 만족도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움직일 줄 안다.
아무리 저렴한 항공사를 선택하고, 허름한 숙소만 선택해 떠난다 해도 해외여행에 드는 비용은 만만치 않고 누구나 다 떠나는 여행지는 더 이상 그들에게 매력적인 소비처가 되지 않는다.
반면 아무리 비싼 5성급 최고급 호텔이라 해도 여행을 가는 것보다는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소비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해 각종 SNS에 올릴 수 있는 멋진 사진을 마음껏 찍고 쉴 수 있는 비용이라 하기에는 가성비가 훨씬 호캉스 쪽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왜 우리는 더 이상 배타고, 비행기 타고 먼 타지로 나가는 모험을 하지 않게 되어 버린 것일까? 무엇이 일어날지 모르는 설렘과 예기치 못한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 그런 것들에 대한 기대가 없어진 어른들은 이제 그런 곳들로 가는 것조차 포기했다.
그리고 자신의 삶 근처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쉼을 선택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휴가 트렌드의 변화라고만 생각하고 말 일일까? 한번쯤 생각해보고 싶은 문제이다.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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