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중요해! 혼밥·혼술족

신재철 기자 승인 2020.08.11 02:33 의견 0
 

‘한번뿐인 인생, 어차피, 인생은 독고다이!’라고 외치는 사람들, 이른바 가장 최신 트렌드가 ‘YOLO 족’이라고 하지 않던가, 현 세대는 ‘머지않아 결혼을 해야 하니까.’ ‘아이를 낳고 길러야 하니까.’, ‘내가 책임져야 할 노후가 있으니까.’라는 말을 하기 보다는 ‘지금, 나 하나의 행복한 삶을 위하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다.’ 라고 말하는 세대이다.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으며, 지금 내가 가진 돈과 시간으로 가장 나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는 것에 투자하는 현 세대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자기개발’에 대해 많은 것을 투자한다. 그리고 이런 ‘소비층의 성향 변화’에 걸맞게 각 기업들은 가족과 공동체를 위한 제품을 개발하기보다 1인 가정, 1인 혼밥족, 혼술족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밥을 혼자 먹는가? 라는 문제에서 벗어나 하나의 세대 교체, 시대 변화라는 거시적 관점에서까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이 혼밥, 혼술 트렌드인 것이다. 

이런 세대에게 혼밥이나 혼술과 같은 말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문화이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혼자 밥 먹지 못하고, 술을 마시지 못하고 영화를 보지 못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아 남의 시선을 너무 신경 쓰고 자신을 제대로 사랑할 줄 모르며,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뒤쳐진 사람처럼 취급받는다. 

사실 이런 트렌드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혼자만의 삶을 즐기는 것이 당연하지만 아직 한국 사회는 주변 이목과 사회적 통념에 많이 구애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혼자서 무엇이든 할 줄 아는 사람은 오히려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연애를 못할 만큼 독립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라고 바라보는 사람도 더러 있곤 했다. 그런 시절을 떠올려보면 지금의 현 세대들이 ‘욜로족’을 부르짖으며 혼밥, 혼술이 당연한 것이라고 즐기는 것이 긴 세월이 지난 것도 아닌데 절로 ‘많이 변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일본 에세이집 중에는 ‘히라마쓰 요코’ 라는 저자의 ‘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 안에는 혼자 밥을 먹는 이야기와 혼자 먹는 밥일 경우 어떤 식당에서 메뉴를 골라서 먹는 것인지, 다양한 혼밥, 혼술을 즐기는 사람에 대한 가상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소설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무리해서 혼자 갈 필요는 없어...<중략>...다만, 스스로가 보기 안 좋을 거라 생각하면 남들 눈에는 반드시 안 좋게 보인다는 거지, 안 그래? 인생에는 여러 가지 상황이 있으니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도 숱하게 있을 수밖에.”

혼자 밥을 먹으러 가는 것은 ‘무리하는 일’ 이며 ‘남들이 안 좋게 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혼밥이 엄청난 도전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혼자 밥을 먹는 것은 일상이 아닌 ‘인생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상황 중 하나’ 라고 표현될 정도의 일이라는 것이 저 말 안에는 전제되어 있었다. 

혼자 밥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이 비단 나의 생각처럼 ‘남의 시선이 두렵기 때문’이라는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자기만의 트라우마 때문일 수도 있으며 혼자 음식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음식을 누군가와 나눠 먹는 일에 더 큰 기쁨과 만족감을 가지는 사람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것을 내 가치관대로 ‘저 사람은 혼자 밥을 먹지 못하는 것을 보니 다른 것도 혼자 못하는 아주 의존적인 사람일거야.’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내게 ‘왜 혼자 밥을 먹니?‘ 하고 수근 대던 사람들이 가진 편견과 다를 것이 없는 편협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혼자 밥을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밥을 먹을 때 어떤 것에 가치를 두느냐 라는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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