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 그리고 재유지

신재철 기자 승인 2020.08.30 02:51 의견 0
 


현재 국내 고등학교는 교육의 질을 높이고 다양성을 확대하겠다는 명분하에 일반고로 분류되는 진로진학을 목표로 하는 고등학교와 특정 직업이나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특수목적 고등학교, 특성화 고등학교,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 등 다양하게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분리된 것은 이전 정부 시절부터 이어져와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구분이 세대 간 격차를 조장하고 아이들에게 그릇된 사회적 계급 구분과 차별을 가르칠 수 있다는 점, 대입 위주의 입시 풍조를 조장한다는 점에서 다시 해제하고 모든 학교를 동등한 교육과정과 운영 지침으로 돌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러던 차에 올해 초부터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 라고 명명된 몇몇 전국 명문고들의 자사고 지정 취소, 졸속 운영 등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다시금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사실 교육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학생들에게 국가에서 지정한 한 가지 교육과정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교육과정 하에 공부할 기회를 주자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정책처럼 느껴진다. 아이들마다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다르고 그만큼 가진 특성도 다른데 모두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과정을 배울 필요가 없다는 것에도 개인적으로는 동의한다.

그렇기에 몇년 전, 자립형 사립고, 특성화 고등학교 등을 정부가 허가하고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긍정적으로 보는 국민 여론이 많았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 입시 결과와 운영 실태를 조사해 본 결과, 명목만 자사고일뿐 실제로는 대입을 위해 자기들만의 특화된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애초에 지정 취지였던 ‘특성화’ 에는 부각될 만한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교육부에서 이를 규정에 따라 감사해 지정 유지 혹은 취소하겠다고 하였을 때, 엄격하게 처리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실제로 진행되는 것을 보니 그 안에는 진정 아이들의 교육에 무엇이 이로운지를 생각하는 어른은 없었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교육부와 교육인사들 간의 알력 싸움, 자사고나 특성화고를 운영하는 재단들의 이익 챙기기에 학교가 좌지우지된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그런 알력싸움과 힘겨루기 사이에서 며칠 전 안산동산고와 해운대고 등 자사고가 지정 해지되었던 것이 무산되고 지위를 일단 유지하는 것으로 소송까지 벌인 덕에 마무리가 되는 듯  하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도 세화고, 세화여고, 상산고 등 주요 자사고가 교육청의 일방적인 자사고 지정 취소라고 소송을 제기해서 지정이 유보된 일이 있었다.

그 사이에 학교 지원을 해야 하는 학생, 학부모들은 갈팡질팡해야만 했다. 사실 자녀를 고등학교에 입학시킬 시기를 맞이하는 학부모가 아니라면 이런 학교 구분에 대해 차별점을 잘 알고 있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굳이 학교를 교육과정과 특성 별로 나눠 운영하겠다는 애초의 취지를 제대로 지키기 어렵다면 이를 엄격하게 관리, 운영하는 것 역시 지정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점은 알 수 있었다.

더군다나 교육에 있어 특히 민감한 우리나라 정서상 학교의 등급과 교육과정을 나누고, 이것이 대입 전형에까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 된다면 이를 마냥 교육계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단 1점의 가산점에도 진학할 수 있는 대학이 바뀐다는 생각에 마음을 조리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는 우리나라와 같은 현실에서는 더더욱 이는 신중해야 할 문제이다. 단지 몇 달 만에 지정하고, 또 다시 취소하고 할 문제는 아니라는 뜻이다. 

교육은 어느 것보다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만큼 장기적인 시각에서 생각하고 인내심 있게 정책을 결정해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일에 재단의 이익과 교육청 인사들의 개인적인 선호도, 정치적 이권 다툼 속에 교육이 이용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학부모들에게 돌아오게 된다.

우리는 이를 잊지 않고 어느 방향이든 일관적이고 번복되지 않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앞으로 자사고를 비롯해 여러 특성화 고등학교들의 운영 문제에 있어 더 이상 불투명한 면 없는 깨끗한 운영, 관리가 이뤄지기를 바래본다.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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