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 옛 것이 새로워진다

신재철 기자 승인 2020.06.10 14:19 의견 0
 

뉴(New)+트로(Retro), 과거에 유행했던 것을 새로운 것으로 재탄생시키는 뉴트로가 유행하고 있다.

이른바 복고를 새롭게 즐긴다? 정도로 해석하면 좋을까? 이 신조어는 우리 시대를 90년대에 살고 있는 것 같은 향수로 이끌어가는 듯 하다.

통이 넓고 허리까지 올라오는 복고풍 청바지에 크롭 탑, 복고풍 디자인으로 약간 촌스러운 듯 멋스러운 소파와 의자, 인테리어 소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옛날 돌아가신 할아버지 서제에나 있었을 것 같은 LP 플레이어 같은 것이 요새 다시 잘 팔리고 있다고 한다. 음악이나 영화, 연극까지 미디어적인 측면에서도 90년대 초반 정도까지 많이 보았던 것 같은 복고풍이 유행하고 있다.

최근 이슈를 가져오면서 반짝 스타로 사라지고 말았던 잔나비의 앨범 역시 옛날 아버지의 빛 바랜 사진에서나 보았던 것 같은 장발과 통 큰 바지와 현란한 무늬의 셔츠를 떠올리게 한다. 아, 그러고 보니 요즘 20대 여자분들이 입고 다니는 옷은 어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에서 보았던 배꼽티와 통 큰 청바지 패션과 아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잔나비의 음악을 들으면 왠지 베이스 기타 같은 세련된 기타 소리가 아니라 통기타를 매야 할 것 같다고 할까? 패션은 돌고 도는 것이고 역사도 돌고 돌아 반복되는 것이라더니 ‘뉴트로’라는 말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 ‘반복된 옛 것’이라는 의미 같기도 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냥 옛 것을 따라하는 것도 아니다. 과거에 썼던, 지금은 사라진 제품과 인테리어를 따라하며 외형은 복고 컨셉을 가지고 있는 레스토랑 역시 음식 메뉴판을 보면 최신 유행과 기호를 달리고 있다.

‘뉴트로’에서 New’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듯이 안을 들여다보면 2019년이 맞다는 것이다. 과거의 외향 속에서 현대적 내면을 가지고 있는 물건과 장소에 왜 우리는 그렇게 열광하는 걸까? 

중장년층에게는 추억과 향수를 느끼게 해 준다. 장발을 하고 몰래 미니스커트를 꺼내 입고, 과감하게 염색을 하고 원색의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던 그들의 청춘을 말이다. 80년대, 청춘이 무엇인가를 논하고,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던 그런 시절이 자신에게도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게 하기에 더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가 하면 그 시절을 모르고 자란 10-20대에게는 전혀 자신들이 보아오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유럽의 고풍스러운 건물과 패션과는 다르다.

플라워 프린팅 쉬폰 원피스, 오버 사이즈 데님 자켓, 오버핏 셔츠, 루즈 데님팬츠, 버킷 햇, 선글라스, 커다란 사이즈의 벨트, 이른바 레트로룩을 입은 스타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의 스타일에 민감한 세대들이 비슷한 제품과 옷을 구입하기 시작하면서 더 시장이 활기를 띠고 유행을 만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결점 없이 매끄럽고 완벽하게 셋팅된 음원을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지지직 소리가 나고 돌릴 때마다 판을 갈아야 하는 LP플레이어가 갑자기 더 멋있고 가지고 싶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삼 사람들의 옷에서, 사용하는 물건에서, 늘 가던 거리에 새로 세워지는 뉴트로 감성의 카페에서 많은 것을 느낀다. 왜 우리가 이제와 80-90년대에 열광하는가? 하고 말이다. 

무엇이든 빠르고 정확하게 값을 도출해주는 컴퓨터와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새삼 우리가 서야 할 자리를 옛 추억에서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엇이든 자동으로 바로바로 이뤄지는 시대 속에서 우리가 행복하고 부족할 것이 없다고 느꼈다면 우리는 옛 것이 멋지다고 느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뉴트로에 열광하는 시대, 우리가 입고, 듣고 싶은 것은 좀 더 인간다웠던 과거의 우리의 삶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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