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간편식 (HMR) 새로운 한국인의 식(食)문화를 쓰다’

신재철 기자 승인 2020.11.25 04:20 의견 0


‘밥 먹었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사람을 만나면 인사를 묻고 자연스럽게 밥을 먹었는지 묻는 독특한 식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 인사가 하루 중 어느 한 시각에만 특정된 인사라면 그다지 특이한 문화라고 보기 어렵겠지만 하루 세 끼 밥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고 살기 때문인지 점심 이전에 만나면 ‘아침 먹었니?’ 라는 말을 하고 점심과 저녁 사이에 만난 사람에게는 ‘점심 먹었어?’ 라는 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대화의 맥락 속에서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런 문화가 급격하게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하곤 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혼자만의 식사, 혼자만의 삶의 중요성을 부르짖는 사람들을 따라 우리의 식 문화, 식 마켓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이와 관련해 최근 식품 유통업계는 가정 간편식 시장의 급성장을 가장 큰 변화라고 보았다. 이전에는 마트에 가서 식자재를 구입해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들어 식사를 하던 사람들이 많았다면 최근 사람들은 더 이상 식자재를 구입하지 않으며 요리를 하지 않고 이런 모든 필요한 활동을 다른 이들에게 맡기는 것, 즉 완전 식품, 간편식을 구입하고 있는 것이다. 

 ‘Home Meal Replacement’ 이른바 HMR 간편식의 강세는 편의성, 시간단축, 가성비라는 절대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다. 가정 식사를 대체할 수 있으며, 가정 외에서 판매되어, 완전하게 조리가 끝나거나 가열만이 필요한 식품 형태를 의미한다. 이전에도 물론 이런 간편식 제품은 햇반이나 3분 카레 정도가 있었으나 지금처럼 판매량이 높지는 않았으며 그나마도 일부 자취 1인 가정이나 학생들을 주 타깃으로 판매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가정의 형태에서도 이런 간편식 형태를 주문해 먹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혼밥, 혼술, 혼자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식사를 떼우자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이런 간편식 시장의 확대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는데 사실 이런 식 문화의 변화에 가장 큰 화력이 되었던 것이 바로 ‘새벽배송’을 시작했던 모 업체에 의해서였다. 작년부터 급속도로 부각되기 시작한 새로운 배달 문화, 바로 ‘마켓 컬리’ 가 시작한 새벽배송 트렌드는 경쟁업체까지 늘어나며 점점 더 몸집을 불렸다. 건강한 식재료와 로컬 푸드 역시 판매하고 있으나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리는 것은 역시 반조리 식품, 완전 조리품, 간편식 등의 완성된 음식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더 이상 어머니가 아침 일찍부터 고이 지은 밥과 반찬, 뜨거운 찌개를 내 손으로 해 먹고, 내 자녀에게 해 주는 것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식문화, 식 인식이 변화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급스럽고 구하기 어렵다는 수입 식자제나 평상시보다 비싸게 주고 사야 하는 샐러드 한 접시, 데우기만 하면 근사한 일품요리를 만들어먹고 간편하게 일회용으로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조리식품도 더 편하게 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돈을 지불하는 지금의 세대, 그들은 새로운 시스템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하나의 음식문화의 혁신적 변화로, 새로운 시대를 주도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트렌드는 당분간은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으로 보인다. 아니, 점점 더 가정이 가진 식탁 문화는 새벽배송 업체의 손으로, 공장에서 만들어진 완제품, 간편식 시장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나만을 위한 식사를 즐기고, 그 어떤 번거로움도 없애고 싶어 하며, 다른 이의 끼니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이 트랜디한 것이라고 믿는 세대, 우리의 식 문화는 이렇게 변화하고 있으며 더 이상 느릿느릿 밥을 지어 모두 둘러앉아 반찬을 나눠먹는 문화는 머지않아 책에서나 추억할만한 것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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