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것이 멋스럽다.’ 어글리 패션 양털 후리스의 유행

신재철 기자 승인 2020.11.15 00:00 의견 0

‘못생긴 것이 멋스럽다.’ 패션계에 ‘어글리 패션’ 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못 생기게 보이는 패션이 유행이라고?’ 처음엔 이 같은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쉽게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간단히 말하면 전혀 매칭되지 않을 것 같은 아이템들을 자기 마음대로 매치하여 입는 패션, 캐주얼 정장 위에 맥락 없는 투박한 디자인의 우비를 걸치거나, 하이힐과 둔탁한 등산복을 매칭하고 아버지의 커다란 재킷, 할머니가 입을 법한 촌스런 스웨터 등을 걸치는 못생긴 스타일이 독특하고 쿨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그야말로 ‘내가 입고 싶은데로’ 입는 사람들이 패션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는 예전처럼 ‘기능보다는 멋’을 따지던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셋팅된 것 같은 고급 세단 같은 패션이 아닌, 마음대로 옷장 열자마자 집히는 데로 걸친 것 같은 스타일, 어글리 패션이 무엇일까? 우리 주변에서 가장 대표적인 어글리 패션 아이템이자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양털 후리스’ 가 있다. 작년 말부터인가, 난 데 없이 케케묵은 옛날 옷장에 있었던 것 같은, 어릴 적 엄마가 입혀줬던 것 같은 양털 소재의 후리스가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작년에 이제 막 시작하는 후리스의 유행이었다면, 올 겨울 F/W 패션 트렌드에서 양털 후리스를 빼고 논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어느 브랜드를 가든 양털 후리스의 전성기가 도래한 느낌이다. 

몇 해 전에는 ‘롱 패딩’ 이 등장했었다. 턱 밑에서 발목 끝까지 패딩으로 뒤 덮힌 단순한 실루엣, ‘얼마나 추위를 많이 타길레 저렇게 긴 패딩코트를 입는 거지?’ 하지만 어느새 롱 패딩은 ‘국민 아이템’ 이 되어서 어린 아이부터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아이템’ 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런데 그 롱 패딩의 인기가 이제 후리스로 넘어왔다. 업계에서는 그렇게나 두껍고 길었던 롱 패딩의 영원할 것 같은 인기가 얇고 활동성을 가진 디자인을 가진 후리스로 넘어온 것이 예년에 비해 한결 따뜻해진 겨울 날씨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리고 올해 역시 ‘그렇게까지는 춥지 않을 것 같다.’ 라는 예측과 함께 메이저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서로 더 많은 후리스 판매고를 올리기 위해 앞 다퉈 신제품 런칭 행사와 할인 이벤트를 내걸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는 지난해 12종이던 플리스 제품을 올해 22종으로 늘렸다. 여기에 기능성 소재를 더한 차별화 상품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아이더도 지난해 9종에서 올해 25종으로, 생산량도 4.5배나 늘렸다. K2 역시 지난해보다 생산량을 2.6배, 제품 수를 25% 늘렸다. 아이더, 질스튜어트스포츠, 후아유, K2, 스파오, 코오롱스포츠까지, 기존의 캐주얼 패션 브랜드뿐만 아니라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까지 모두 후리스 신제품에 주력한다고 하니 당분간은 후리스 열풍이 계속될 조짐이 보인다. ‘후리스’ 사실 이 용어는 일본어에서 유래하였는데 털발이 길고 부드러운 양모, 짐승 털의 모우를 세운 코트지를 지칭하는 말로 정확한 용어로 치자면 ‘플리스(fleece)’라고 불러야 옳다. 폴리에스테르 계열 직물로 만드는데 겉면을 복슬복슬하게 보이기 때문에 사랑스러워 보이는 느낌을 잃지 않으면서 보온성이 높아 보이고, 실제로도 보온성이 좋다고 하니,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도전해볼 수 있는 디자인과 실용성을 겸비하였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상의에는 저 하의, 그리고 저 구두만 신을 수 있어.‘ 패셔니스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꼭 지켜서 입고, 신고, 매야 하는 규칙이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패션업계 트랜드 역시 변화하고 있다. 다음 어글리 패션의 타자는 누가될까? 무엇이 되었든 다른 이들의 시선이나 평가보다는 내가 입어서 편하고 즐거운 패션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유튜버월드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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