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변하는 마법 같은 카멜레존
이제 시대를 대변하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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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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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백화점 식품관 등에 가면 지방에 여행 갔을 때나 방문해 먹을 수 있었던 유명 지역 맛집을 마치 입점한 브랜드 공간처럼 한정된 기간 내에만 열고 물건을 판매하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른바 ‘팝업 스토어(pop-up-store)’, 이것은 일정기간에 한정해 특정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은 해당 브랜드의 홍보와 전시 장소를 홍보해 많은 사람들을 유입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기껏해야 일주일~ 한 달 이내의 짧은 기간 동안만 오픈하기 때문에 큰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울 거라고? 천만의 말씀, 아무리 짧은 기간을 전시해도 전시한다는 입소문과 홍보만 제대로 한다면 아무리 먼 곳에서라도 방문하려고 오는 사람들이 줄을 서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검증받은 유명 브랜드나 프렌차이즈가 아니면 들어오지 못했다던 공간도 이제는 오히려 가게에 직접 가 사정해가며 방송을 권유하는 상황이 되고야 만 것이다. 팝업스토어의 논리는 간단하다.
기간을 한정하고 판매할 물품을 한정한다. 어렵게 찾아가지 않으면 가질 수 없는 물건, 쉽게 볼 수 없었던 장소,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공간의 등장, 이런 것들에 열광하는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에게 팝업스토어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브랜드나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신선한 충격을 주는 장소’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그런 팝업스토어로 대표되는 새로운 공간 트랜드 ‘카멜레존’ 이 지금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카멜레존’ 누구나 듣는 순간 카멜레온이라는 생명체를 떠올릴 것이다. 시간과 공간에 따라 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처럼 그때그때 목적과 방문자에 따라 색을 바꾸는 공간 카멜레존은 특정 공간의 용도를 변화시키고, 더 이상 쓸모를 잃어버린 공간을 재생시켜 사용하기도 한다. 혹은 협업과 모임 등을 위한 새로운 고유의 기능을 덧입혀 이전과는 새로운 의미를 공간에 부여시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공간을 여러 가지 목적으로 변화시켜가며 쓰는 것이 트랜드로 부각되기 시작한 걸까? 아무래도 그 이유는 갈수록 온라인으로 이동한 사람들의 행동, 소비 반경이 원래 시발점일 것이다. 바쁘디 바쁜 현대인들의 성향 변화는 우리 주변 공간들의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오프라인에서 더 이상 쇼핑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쇼핑몰과 오프라인 의류매장의 매출은 급감해 폐점이 늘었다. 책을 서점에 가서 직접 보고 구매하지 않고 전자책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서점이나 음반 가게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공간, 버려져있던 그 공간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목적으로 바뀌는 것, 그것이 바로 카멜레존의 시작이다.
우리 주변에서 카멜레존은 생소한 것 같지만 의외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2호선- 삼성역 코엑스는 리뉴얼 이후에 복잡해진 내부문제 등으로 방문객이 급감했었다. 이에 코엑스 측은 다양한 해결법을 고민하던 중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코엑스 내부 통로와 에스컬레이터 옆 등의 공간에 거대한 ‘별마당 도서관’을 지었다. 거대한 책장, 앞에 서서 소위 ‘인싸용 사진’을 찍기에도 적합하다. 조명을 적절히 배치해서 보기에도 인테리어 효과가 훌륭했다. 그렇게 별마당 도서관 근처에서 문화행사까지 여니 사람들은 단순히 지나 다니는 통로가 아닌 코엑스 공간 자체를 복합문화공간처럼 사용하고 머무르기 시작했다. 인테리어용으로 꽂힌 책을 읽기도 했으며 만남의 광장처럼 이용하기도 했다. 그렇게 죽어가는 공간을 도서관이 살려낸 것이다. 그리고 도서관이 유명해지는 것과 동시에 코엑스 상권 역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변화하는 시대, 무엇이든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어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사라지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사라지지 않으려면 변화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변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공간, 카멜레존은 이제 시대를 대변하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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