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 … 미제사건 풀리다

신재철 기자 승인 2019.10.10 04:48 의견 0
영화 살인의 추억 中

‘살인의 추억’ 화성시에 살지 않았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화성연쇄살인사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20년이 넘게 지난 그 사건을 떠올리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등골이 서늘해지고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경찰과 인력이 투입되고, 심지어 범인이 꼭 잡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며 영화까지 만들어졌음에도 범인을 결국 잡지 못하고 공소시효가 만료되었기 때문이었다. 

내 주변에, 내 이웃집에, 길을 가다가 나와 스쳐 지나갈지도 모르는 연쇄살인마의 존재, 이전까지 연쇄살인 같은 강력 범죄가 표면에 드러나 국민들에게 자세히 알려진 적이 거의 없었기에 그 두려움은 더 컸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난달, 의외의 뉴스가 실검을 장악하며 이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처음에는 좋지 않은 의미로 ‘유명한’ 화성연쇄살인의 용의자가 이미 감옥에서 수감 중에 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었고, 미제 사건이 풀렸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런데 이춘재 용의자가 자신의 혐의를 부정하며 모범수로 가석방 기회를 보고 있다는 기사에 사람들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이슈가 좀 더 공론화되기 시작하면서 여론을 의식해 가석방이 불가능에 가까워지자 이춘재 용의자가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이제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사범행으로 진범을 잡아 수감까지 한 8차 사건에 대해서도 자신의 범죄라고 말하면서 수사에 혼선이 생기고 있다. 만약, 그의 발언이 진실이라면 우리는 아무런 죄가 없는 사람에게 누명을 씌워 무기징역형을 살게 만든 일에 대해 어떤 식으로 해결점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 

기사 몇 번으로 마무리되나 싶었던 이 사건은 25년이 지난 지금에도 도무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이춘재 용의자, 화성연쇄살인사건, 이 진범이 이제야 밝혀졌다는 것은 아주 많은 부분에서 꽤 의미 있는 일이라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DNA 감식이 이전 1980년대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아주 소량의 혈흔만으로도 그 혈흔의 주인을 밝혀내 범죄 처리에 활용할 만큼이 되었다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일 것이다. 

이런 과학 기술의 발전이 조금만 더 빨리 이뤄졌다면 얼마나 많은 진범을 잡아 억울한 피해자들을 도와줄 수 있었을까? 그런 아쉬움을 들게 만든다. 누군가가 일부러 기술 발전을 늦춘 것은 아니지만 이제야 이 모든 것을 밝힐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 큰 안타까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듯 하다.  

두 번째는 흉악범죄, 연쇄살인 같은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없애야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15년이었다. 이미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되었기에 이춘재가 지금 수사 결과 진범으로 확정된다 해도 그를 처벌할 수 없다. 

누군가는 이미 무기징역을 받아 수감 중인 사람의 처벌과 범죄 유무를 밝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피해자와 그 유가족들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생각한다면 이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나의 가족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는데, 그 진범을 알면서도 처벌할 수 없다면 어떻겠는가. 

이미 감옥에 있든 없든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주 쉽게 생각해볼 수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이런 흉악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두지 않고 영원히 죄를 단죄하겠다고 하는 것을 비교해보면 살인에 공소시효를 두고 죄를 사해준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법 조항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앞으로는 더 이상 이런 일이 이슈가 되어 실검에 오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한 치의 오차나 아쉬움도 없는 범죄의 처벌, 억울한 피해자가 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신재철 기자]